지난해 8월 서울 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오르며 여의도공원 앞 횡단보도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서울대 연구진은 현재 수준의 탄소 배출량을 유지할 경우 2099년까지 여름철 사망자 수가 82%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뉴스1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면 2099년까지 국내 여름철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최대 82% 증가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이동근 서울대 생태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지난달 26일 ‘보험학회지’ 1월호에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미래 여름철 사망자 수 예측’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연구진은 1997년부터 2022년까지 26년간 서울과 부산 지역에서 6월부터 8월까지 매년 여름 사망자 통계를 분석했다. 극단적인 선택과 사고사를 제외한 모든 질병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연간 사망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연평균 사망자는 서울에서 8706명, 부산에서 4229명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여름철 이상고온 현상이 자주 발생하면서 나타나는 온열질환이 사망률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사람이 높은 온도에 자주 노출되면 온열질환은 물론 호흡기나 심혈관계 질환이 악화하는 영향도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에 따른 여름철 사망률의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시나리오를 대입해 ‘여름철 연간 온열지수(WBGT)’를 계산했다. 그 결과 탄소중립을 달성하더라도 서울에서 사망자 규모는 1만707명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면 1만5860명에 이른다. 지난 26년간 서울의 여름철 평균 사망자 수를 고려하면 각각 23%, 82% 증가한 수치다.

부산에서도 마찬가지로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증가폭은 다소 낮아 최대 19% 수준으로 예상됐다. 연평균 습도가 78%에 달해 온열지수가 증가할 여지가 낮아 나타난 현상이라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이 교수는 “미래의 도시별 폭염 피해를 예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 취약한 도시를 파악하는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며 “온열질환자 데이터로 사망 피해와 질병 피해를 함께 분석하면 구체적인 정량화도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