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구 온난화와 엘니뇨(적도 해수면 온도 상승) 현상으로 해양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면서 동태평양과 카리브해의 산호초가 하얗게 색깔이 변하며 죽는 백화현상이 발생하는 등 심각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로면 내년에는 인도와 태평양까지 확산돼 세계적인 산호초 백화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호주 퀸즐랜드대 오브 회그 굴드버그 교수 연구진과 미 해양대기청(NOAA) 연구진은 8일(현지 시각) 전 세계 산호초가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로 발생한 해양열파(marine heatwave)로 영향을 받고 있다며 대규모 백화현상이 우려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공개했다.

올해 전 지구 평균기온 기록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바다의 상층부도 전례 없는 변화를 겪고 있다. 해양열파는 수일∼수개월간 수천㎞에 걸쳐 해면 수온이 예년 수준을 넘어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 플로리다주 키스 열도의 산호초 지대. 부분적으로 산호 백화 현상이 일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위키미디어, Matt Kieffer

유럽연합(EU)의 기후감시프로그램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에 따르면 올해는 현대에서 가장 더운 기간이자 12만5000년 만의 가장 더운 해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중태평양이나 동태평양에서 2~7년 단위로 발생하는 해양 온난화 현상 ‘엘니뇨’와 인류의 지속적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주원인으로 꼽는다.

해양열파의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사례가 1980년대 초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대규모 산호 백화현상이다. 산호 백화현상은 고수온으로 산호가 색을 잃고 하얗게 변하며 결국 폐사하는 현상이다.

연구진은 올해 해수면 온도 상승이 산호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올해에는 극단적인 해양 열파가 전보다 더 넓은 동부 열대 태평양과 카리브해 지역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동부 열대 태평양은 멕시코와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콜롬비아, 파나마 등을 포함한다. 특히 카리브해의 산호초 지역은 이전보다 1~2개월 더 일찍 해양 열파가 시작돼 열 스트레스가 평년보다 컸고, 길게 지속됐다. 플로리다주 키스 열도의 산호는 이전 시점보다 6주 일찍 3배 높은 열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지난 40년간의 해수면 온도 상승 데이터와 최근 엘니뇨 데이터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내후년 사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대량의 산호 백화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산호 생태계는 물론 열대 지역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라며 “산호와 해양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기술 개발도 필수”라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Science(2023),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dk4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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