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 공동 이사장인 빌 게이츠와 멜린다 게이츠가 이달 3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막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28)’가 반환점을 돌았다. 총 2주간의 일정 중 절반이 지난 가운데 1일차 기후기금부터 재생에너지의 3배 확대와 메탄 감축에 관해 각국이 의견을 모으고 있다.

COP28은 개막 당일부터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은 개발도상국을 위한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이 공식 출범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COP27에서 합의한 기금에 대해 마침내 각국이 구체적인 지원 금액을 밝힌 것이다. COP28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와 독일이 1억달러(약 1313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미국은 1070만 달러, 영국은 7589만달러, 일본 1000만달러를 출연할 것이라 전했다.

다만 지원 규모에 대해 최종적으로 약속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현재 개발도상국이 겪고 있는 손실과 피해에 비하면 훨씬 적을 것으로 보인다”며 “개발도상국에 의미 있을 정도로 기금이 커질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 전망했다.

이어 총회 2일차부터는 COP28 의장국이 마련한 핵심 의제인 재생에너지 3배 확대 서약이 진행됐다. 한국을 포함한 118개국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을 3배 늘린다는 협약에 서명했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확대안이 2050년까지 화석연료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COP 당사국 199개국의 만장일치를 받아 COP 최종합의 안에 포함될 지는 미지수다.

아랍에미리트의 국영석유회사 ADNOC, 사우디아람코와 쉘, BP와 같은 50개 석유 가스 회사들은 2050년까지 석유와 가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중단해 넷 제로를 달성하고, 2030년까지는 온실효과가 큰 메탄 배출을 완전히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엔 중동과 남미, 아시아, 유럽의 국영 석유회사 등이 포함됐다.

한편 2050년까지 원자력 에너지를 3배 늘리겠다는 선언에 한국을 포함한 22개국이 서명하기도 하는 등 대체 에너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외에 온실 효과가 큰 메탄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글로벌 메탄 서약에 150개 이상의 국가가 서명했다. 130개 이상의 국가 지도자들은 식량이 지구 온난화의 주요 요인임을 인정하고 책임을 다하겠다며 식량과 농업의 미래에 관한 주요 선언에도 합의했다.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대통령 특사로 참석한 조홍식 기후환경대사가 연설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도 재생에너지 3배 동참 정책‧제도적 과제 쌓여

한국 정부도 지난 1일 ‘재생에너지 3배 확대’ 협약에 동참했다. 이에 대해 국내외 기후단체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서약을 환영한다”면서도 “선진국 대비 최저 수준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정부 투자와 제도 측면에서 행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은 2021년 기준 태양광과 풍력 비중이 전체 전력의 4.7%에 불과하다.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전체 에너지 대비 평균 28.1%인 것을 고려하면 매우 적은 편이다. G20 국가 중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가장 낮을 정도다. 그러나 올해 1월에 발표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30.2%에서 21.6%로 낮춰 잡았다.

이에 대해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재생에너지를 3배로 확대하는 글로벌 약속이 반쪽짜리 구호가 되지 않기 위해 재생에너지 사용을 장려하는 국가 정책 변화가 필수”라며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전력 시스템과 발전사업 인허가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라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가 태양광 발전이 가능한 토지의 ‘이격거리 규제’다. 현재 국내 226개 지자체 중 129개 지자체가 도입한 재생에너지 발전 입지와 관련된 규제에 따르면, 도로에서부터 직선거리로 100m부터 최대 1km까지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주거시설의 경우는 100~500m 범위에 설치할 수 없다. 따라서 100m 이내로 이격거리를 완화하거나 이격거리 규정을 폐지해야 재생에너지 보급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달 12일 폐막하는 COP28, 화석연료 폐지 합의할까

COP28을 통해 기후 기금은 물론 재생에너지, 메탄 감축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목표 설정에는 좀처럼 진전이 없다. WP가 “올해 총회에서는 석유나 가스와 같은 화석연료 문제를 두고 각국이 서로 다른 의견을 내면서 논란이 길어질 수 있다”고 밝힐 정도다.

영국 BBC는 “올해 화석 연료 생산자와 관련된 대표단 수가 작년보다 4배 이상 늘었다”고 보도했다. BBC는 기후단체연합의 참석자를 인용해 “이번 총회에서 화석 연료의 단계적 폐지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며 “그 결과에 최대한 영향을 미치기 위해 왔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화석연료 폐지를 막기 위해 관련 업계가 총출동했다는 이야기다.

지난 4일 각국의 ‘넷제로’ 목표 달성 정도를 분석하는 국제 컨소시엄 프로젝트 ‘넷 제로 트래커’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넷 제로 대상은 88%를 차지하지만, 지금까지의 국가적 약속이 적용되는 배출량은 7%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즉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화석 연료의 단계적 폐지 계획이 없는 것이다. 이에 나타샤 러츠 넷 제로 트래커 공동 데이터 책임자는 “국가 차원의 약속이 부족해 화석 연료 확대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다”며 “파리 협정에서 정한 1.5도 상승 폭 제한 목표 달성과도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미국과 유럽연합(EU)을 포함한 100개 이상의 국가가 화석 연료의 단계적인 폐지를 원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미국은 한발 더 나아가 2030년까지 탈석탄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COP28 기간 내에 당사국이 합의에 이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