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물품에 대한 가격정보를 제공하는 한국물가정보는 일조량 부족과 과육이 썩는 탄저병 등으로 사과값이 크게 올랐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13일 서울 재래시장에 진열된 사과./연합뉴스

또 다른 100년이 펼쳐지는 22세기에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차례상을 보게 될 전망이다. 물론 차례상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다. 빨간 사과 대신 애플망고, 명태전·굴전, 참조기보다는 돔전이나 생소한 아열대 어류가 오르는 차례상은 어떤 모습일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농수산물의 생산량이 줄면서 가격이 올랐다고 발표했다. 특히 올해는 봄철 저온과 우박에 이은 여름철 집중호우로 과일 생산량이 감소했다. 추석 직전의 사과 도매가격이 평년 대비 2배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올해로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의 영향이 점차 뚜렷해지며 주요 과일의 생산량이 크게 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추석 하면 떠오르는 과일인 사과다. 지난 30년 동안 주요 사과 산지인 경북의 사과 재배지는 44.1% 감소했다. 대신 강원에서 사과 재배지가 늘어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사과를 재배하기 적합한 지역이 점점 북쪽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재배지가 감소하는 동시에 북상해 2100년에는 강원 산간 지역에서만 사과를 재배할 거라고 본다.

사과의 빈 자리는 기후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품종이나 아열대 과일이 채울 것으로 보인다. 사과의 경우 빨간 사과 대신 초록이나 노란 사과를 심는 방법이 있다. 사과가 빨갛게 되려면 15~20도로 기온이 유지돼야 하지만, 기후변화로 여름철 기온이 올라 색들임(착색)이 지연되기 때문이다. 초록 사과 품종 ‘썸머킹’과 노란 사과 품종인 ‘골든볼’ 등은 별도의 색들임 관리가 필요 없어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다. 사과 대신 애플망고, 구아바 등 열대과일을 심을 수도 있다.

대표적인 아열대성 어류로 꼽히는 청줄돔. 이 종들은 주로 필리핀, 대만, 일본 오키나와 연안 등에 서식하지만 최근에는 국내 연안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황갈색의 몸과 푸른색의 세로줄이 눈에 띈다./국립수산과학원

해수 온난화로 명태나 조기 등 한류성 어종의 어획량도 감소하고 있다. 명태나 조기는 차례상에 오르는 대표적인 생선이다. 환경부의 ‘대한민국 기후변화 적응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해역의 표층 수온은 지난 50년간 1.23도 올랐다. 세계 평균의 2~3배에 달할 정도로 빠른 속도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자체 모델은 2100년에는 수온이 3~5도까지 오를 것이라 예상했다.

수온의 변화에 따라 국내에서 잡히는 어종도 급격히 바뀌고 있다. 원래 제주나 남해에서 주로 나던 방어가 동해에서 잡히고 있고, 국내에서 범돔, 청줄돔, 호박돔이나 독가시치 같은 아열대 어종이 출현하고 있다. 밥상에 자주 오르는 멸치, 고등어 서식지도 점점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에 대비해 아열대종과 국내 어종을 교잡한 신품종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아열대 어류인 대왕바리를 국내에 사는 붉바리나 자바리와 교잡하는 방식이다. 국내 어종이 높은 수온에 버틸 수 있도록 품종을 개량하기도 한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어류에서 그치지 않는다. 바다가 따뜻해지며 산소가 줄어 해조류 역시 생장 속도가 떨어지고 있다. 반대로 바닷속 이산화탄소는 늘어 해양이 산성화되는 탓에 홍합이나 굴 등의 해양 생물도 자라기 어려워지고 있다.

먼 미래에는 차례상에 해산물을 올리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예정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2100년이 되면 국내 어획 생산량이 현재보다 10~15%까지 떨어질 것이라 예상한다. 김도훈 부경대 교수 연구진은 기후변화 정도에 따라 최대 31%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발표했다. 기후변화를 늦추려는 우리의 노력에 따라 100여년 뒤 우리가 후손들에게 받을 차례상의 풍경도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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