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가 덮친 북아프리카 리비아 동부 도시의 거리가 11일(현지 시각) 침수돼 있다. 리비아 동부의 오사마 하마드 총리는 "실종자가 수천 명에 달하고 사망자도 2천 명을 넘을 것으로 우려된다"며 재해 지역을 지정하고 3일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연합뉴스

9월 초 홍콩에 태풍으로 홍수가 발생한 뒤로 최근 리비아의 대홍수까지 최근 12일 동안 10개국에서 심각한 홍수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가 가속화되면서 이러한 유형의 기상 이변이 더 흔해질 것이라 보고 있다.

지난 10일 리비아의 동부 지중해 연안 도시 데르나를 휩쓴 대홍수로 사망자가 1만1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지중해 해수면 온도가 예년보다 높아 폭우가 쏟아진 데다 폭우로 두 곳의 댐이 붕괴해 인명 피해가 더 컸다. 오스만 압둘자릴 리비아 동부 보건부 장관은 “데르나 지역 당국과 리비아 정부의 능력을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가 가속화되면 리비아 홍수 같은 유형의 기상 이변이 점점 더 흔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미 항공우주국(NASA, 나사)은 지난 14일(현지 시각) 올해 여름은 세계 기록이 시작된 1880년 이후 지구에서 가장 더웠던 여름이라고 밝혔다. 해양 표면의 온도가 1도 상승할 때마다 대기는 7% 더 많은 수분을 보유할 수 있다. 따라서 강수량의 빈도와 강도, 기간 등의 특성도 영향을 받는다.

이를 바탕으로 하메드 모프타카리 미국 앨라배마대 공학대학 교수 연구진은 21세기 말까지 100년에 한 번 일어날 법한 홍수가 매년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204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최고치를 기록한 뒤 감소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가정한 결과다. 또 이르면 2050년부터 9~15년마다 극심한 홍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홍수와 같은 이상 기후에 부실한 인프라와 부적절한 경고 시스템 등의 요인이 합쳐지면 재난의 규모가 커질 수 있다. 모프타카리 교수는 “토지 계획이나 도시 개발, 해안 보호 조치 같은 사전 예방적 접근 방식이 지역 사회가 홍수를 줄이고 재난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미래의 해안 상황에 대한 현실적인 예측부터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시아란 도넬리 국제구조위원회 수석 부사장은 CNN에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로 인해 기상 이변이 더 자주 발생하면서 특히 분쟁 피해 지역에서 지역 사회가 대처하고 재건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며 인도주의적 지원을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