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이 북아프리카 지역에 대홍수를 가져온 지중해 허리케인 ‘다니엘’이 사하라 사막 위로 소용돌이치고 있는 모습을 포착한 사진이 공개됐다.
유럽우주국(ESA)은 12일(현지 시각) 지구 저궤도를 도는 지구관측위성 센티널-3호와 정지궤도 위성인 메테오샛11호가 촬영한 허리케인 다니엘의 모습을 공개했다.
허리케인 다니엘은 이달 4일 그리스 상공에서 처음 발생해 24시간 만에 그리스 지역에 18개월치 비를 쏟아부으며 치명적인 홍수를 일으켰다. 이 열대 저기압은 그 뒤 남쪽을 향해 지중해를 건너며 최근 몇 달간 기록적인 높은 수온을 보인 바닷물에서 에너지를 얻어 ‘메디케인(medicane·지중해 허리케인)’이라는 희귀한 현상으로 발달했다.
전례 없는 폭풍우가 들이닥치면서 리비아에서는 이달 10일 시속 70~80㎞ 강풍과 함께 하루 414.1㎜의 비가 쏟아지는 신기록을 세웠다. 이번 폭풍우로 리비아 동북부 항구도시 데르나 인근의 댐 2개가 무너지면서 이곳에서만 사망자가 5300명 이상 나왔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종전 집계된 사망자 수보다 최소 3000명 늘어난 것이다. 실종자도 1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SA의 센티널-3 위성과 메테오샛11호는 당시 소용돌이치는 폭풍이 리비아의 갈색 사막과 지중해의 푸른 바닷물 위를 지나는 모습을 생생히 포착했다. 촬영된 영상에는 폭풍의 중심에 있는 눈이 뚜렷히 관찰됐다.
사실 지중해 지역은 건조하기 때문에 열대성 저기압이 이처럼 형성되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다. 수전 그레이 영국 레딩대 교수는 “지중해 지역에서는 보통 매년 1~3개의 메디케인만이 형성된다”고 말했다. 특히 일단 메디케인이 발생하면 지중해 서부에서 더 자주 발생하는데 이번에는 리비아 해안선에서 발생한 점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일단 메디케인이 발생하면 대서양 허리케인의 강도에 가까울 정도로 위력을 뽐낸다. 전문가들은 역설적이게도 기후 변화가 진행됨에 따라 이런 파괴적인 폭풍 발생 빈도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일단 형성되면 서늘한 기후에서보다 더 강력하게 성장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