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항생제 양은 점차 줄고 있지만 자연에서 항생제 내성균의 흔적이 여럿 발견돼 이에 대한 모니터링과 관련 연구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질병관리청과 대한감염학회는 전국 의료기관의 항생제 사용량이 4년 새 약 6.5% 줄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이미 자연으로 흘러들어가 여기저기 확산될 수 있는 항생제 내성 유전자다.
최근 학계에서는 생활하수와 농축산업폐수, 심지어는 강에서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나왔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나오고 있다. 항생제 내성 유전자는 과거 병원에서만 퍼진다고 생각됐지만 이제는 자연환경, 특히 물을 통해 확산된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항생제 내성균은 그 세균이 번식하지 못하도록 막는 항생제의 효과가 떨어지게 하는 유전자(돌연변이)를 가진 세균이다.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되면 항생제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생명이 위독해질 수 있다. 매년 전세계 130만명이 항생제 내성균 감염으로 목숨을 잃는다.
이전까지는 주로 병원에서 약에 대한 내성을 가진 균이 발생해 환자의 대소변을 통해 확산된다고 생각됐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들을 보면 자연에 서식하는 세균에게 자연적인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달 5일 중앙대 시스템생명공학과 연구진은 한강 물에서 얻은 미생물 유전자 1100개를 분석해 전세계 미생물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파테시박테리아(Patescibacteria)류가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옮기는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를 환경 분야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해저더스 머티리얼스’에 발표했다.
특히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주로 폐수를 통해 한강으로 퍼졌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연구진은 여러 환경에서 세균이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얼마나 어떻게 확산하는지 추가 연구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2월 강원도 담수에서도 여러가지 약물에 내성(다제내성)을 가진 세균(Pedobacter aquae sp. nov.)을 분리하기도 했다. 병원에나 실험실에서 배양하지 않고 자연에서도 세균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2020년12월에는 영국 사우스웨일스대, 카디프대 의대 연구진과 함께 영국의 폐수처리장 2곳에서 항생제 내성을 가진 대장균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들 세균과 유전자에 오염된 물과 토지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하거나 식수, 먹이사슬을 통해 다시 인간에게 감염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새로운 환경오염물질로 인식하며 하폐수를 재사용하기 위한 처리 과정에서 줄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하대 생명과학와 중앙대 시스템생명공학과, 명지대 생명과학정보학부 연구진은 2020년 한강에 사는 바이러스가 자연상에서 세균들에게 항생제 내성 유전자(HRV)를 퍼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내기도 했다. 세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인 파지를 지목했다. 파지가 항생제 내성균을 감염시켜 번식하는 과정에서 해당 유전자를 얻은 뒤, 추후 다른 세균을 감염시킬 때 전파시킨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이 자연환경에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보고 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세균들이 항생물질에 저항하도록 진화한 결과다. 하지만 최근 약물 오남용과 인구 밀집, 산업활동 등으로 자연으로 흘러나간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많아졌음을 지적했다. 항생제 내성균이 많아지면 그만큼 감염으로 인해 생명을 위협받는 환자가 많아질 수 있어 환경 모니터링과 함께 현실적인 대안을 세울 필요가 있다.
참고 자료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2023) DOI: 10.1016/j.jhazmat.2023.131761
Antonie Van Leeuwenhoek(2021) DOI: 10.1007/s10482-022-01708-w
Microbiome(2020) DOI: https://doi.org/10.1186/s40168-020-00863-4
PLoS One(2020) Doi: 10.1371/journal.pone.0237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