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참치 캔을 따자마자 달려온다. 고양이가 참치를 선호하는 이유는 참치의 ‘감칠맛’을 잘 느끼는 미각 수용체가 진화했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양이는 단맛, 신맛, 짠맛, 쓴맛과 더불어 인간이 느끼는 5대 미각 중 하나인 감칠맛 감각수용체가 발달했다. 일본말로 ‘우마미’라고 부르는 이 감칠맛은 1985년 일본 학자가 발견해 명명한 미각의 5번 주자이기도 하다.

고양이가 참치를 좋아하는 이유는 혀에 감칠맛을 감지하는 유전자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픽사베이(pixabay)

영국 월섬 펫케어 연구소의 스콧 맥그레인 박사 연구팀은 고양이의 혀가 감칠맛에 특화된 수용체를 가졌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 8일 국제 학술지 ‘화학 감각(Chemical Senses)’에 게재했다.

고양이는 인간과 입맛이 다르다. 설탕을 감지하는 핵심 단백질이 부족하기 때문에 단맛을 맛볼 수 없다. 고양이가 선호하는 육류에는 설탕이 없다는 점에서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또 인간보다 쓴맛 수용체가 적어 쓴맛을 느끼기도 어렵다. 쓴맛을 감지하는 능력은 초식동물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래야 독초를 가려낼 수 있다.

고양이가 주로 고기에서 느낄 수 있는 감칠맛을 선호한다는 사실은 이미 앞선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육식동물은 이러한 감칠맛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연구에서는 인간을 포함해 여러 동물의 혀의 미뢰에서 유전자 ‘Tas1r1′과 ‘Taslr3′이 함께 감칠맛 수용체 단백질을 합성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뢰는 혀에서 감각세포가 몰려 있는 곳이다. 고양이의 미뢰에도 Tas1r3 유전자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다른 유전자를 갖고 있는지 여부는 밝혀져 있지 않았다.

연구팀은 고양이가 감칠맛을 느끼는 독특한 입맛의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유전자 분석을 실시했다. 건강상 이유로 안락사 된 6살 수컷 고양이의 혀를 검사했다. 고양이의 미뢰에서 유전자의 염기 서열을 분석한 결과, 인간처럼 감칠맛을 감지하는 데 필요한 Tas1r1과 Tas1r3 유전자가 모두 발현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과학자들이 고양이가 감칠맛을 감지하는 데 필요한 모든 분자 기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한 것이다.

다만 감칠맛을 느끼는 유전자는 인간과 고양이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했다. 인간이 감칠맛을 접하면 감칠맛 수용체가 아미노산인 글루탐산과 아스파르트산과 결합한 뒤 DNA 단위체인 뉴클레오티드가 반응을 증폭한다. 반면 고양이는 뉴클레오티드가 먼저 수용체를 활성화하고 아미노산이 이를 강화하는 순서로 수용체가 작용했다. 연구팀은 “고양이는 감칠맛을 느끼는 기전이 인간과 반대로 작용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생선이 없는 사막에서 인간과 같이 살기 시작한 고양이가 언제부터 참치 같은 생선 맛을 알게 됐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다./픽사베이(pixabay)

고양이가 갈망하는 감칠맛은 특히 참치에서 높은 수준으로 발견됐다. 연구팀은 고양이가 선호하는 감칠맛을 확인하기 위해 고양이 25마리에게 아미노산과 뉴클레오티드를 포함한 물 그릇과, 물만 있는 두 개의 그릇을 제공했다.

고양이들은 아무것도 함유돼 있지 않은 물보다 감칠맛을 느낄 수 있는 단백질이 담긴 물을 선호했다. 그 중에서도 참치와 유사하게 아미노산과 뉴클레오티드를 조합한 물을 가장 좋아했다. 연구팀은 “인간이 단 맛을 좋아하는 만큼 고양이에겐 감칠맛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고양이의 감칠맛을 좋아하는 습성을 사료나 동물용 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양이가 언제부터 참치를 좋아하게 됐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고양이는 약 1만년 전 중동의 사막에서 사람과 같이 살기 시작했는데, 이곳에서는 어떤 종류의 생선도 없었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물고기를 먹는 모습은 3500년 전 이집트 벽화에도 나오지만, 참치는 언제부터 선호하게 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중세시대 고양이들이 중동 일부 항구에 사는 어부들이 남긴 음식 찌꺼기를 먹으면서 참치를 포함한 물고기를 접하게 됐을 것이라 추측한다.

참고 자료

Chemical Senses(2023), DOI: https://doi.org/10.1093/chemse/bjad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