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셜미디어(SNS)인 트위터를 인수하고 이름을 엑스(X)로 바꾸면서 환경주의자와 환경운동가들이 절반쯤 이탈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전에도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뒤 사용자가 대거 급감했다는 연구 결과는 여럿 있었는데 환경 이슈에서 특히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미국 테네시대와 퍼모나칼리지 연구진은 2019년 7월부터 2023년 4월까지 15일 간격으로 환경이나 기후,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극한기상 등 환경과 기후 관련 이슈를 한 번 이상 올린 사용자를 환경주의자로 분류했다. 이들 총 38만 명이 트위터 또는 엑스에 해당 이슈를 포스팅한 기록을 분석한 결과,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지난해 10월 28일을 기점으로 계정 47.5%가 비활성 상태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까지 트위터에서 환경, 기후 관련 글을 활발하게 올렸던 사람들이 10명 중 4~5명 꼴로 더 이상 활동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트위터가 엑스로 바뀐 뒤 다른 이슈를 주로 이야기하던 사용자들도 대거 이탈했지만 환경, 기후 이슈에서는 두드러지게 급감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정치 이슈를 주로 트윗했던 사용자들은 같은 기간 동안 약 20.6% 줄어드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환경과 기후위기 이슈들은 주로 트위터 상에서 많이 공유됐었다”며 “이제는 대화의 장이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환경과 기후위기 이슈는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하며 최신 정보를 공유해야 하고 현재 위기감을 경고하는 일이 중요한데 유일한 창구가 닫힌 것과 마찬가지라는 분석이다.
과거 트위터 사용자 중 일부는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후 여러 정책을 바꾸고 기능을 없애는 것에 반발해 이와 형식이 비슷한 소셜미디어인 스레드나 블루스카이, 마스토돈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트위터에서 활동하던 환경운동가들이 스레드나 마스토돈 등 새로운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한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며 “이전처럼 환경과 기후에 대해 대중이 참여하도록 이끌려면 학계, 산업계 등 전 분야에서 공동으로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15일 환경분야 국제학술지인 ‘생태와 진화 트렌디’에 발표됐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뒤 환경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사라졌다는 주장은 이전에도 여럿 있었다. 이런 변화가 일어나게 된 원인은 연구진은 머스크가 인수 직후 ‘환경 운동에 반하는 조치를 많이 했기 때문’으로 꼽혔다.
미국 오리건 주립대와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정보과학연구소,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연구진은 지난 4월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arXiv)에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한 후 증오심 표현을 거르는 기준을 낮춰 기후변화나 코로나19 등 일부 이슈와 관련한 허위 정보나 잘못된 정보가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실제로 머스크 인수 직후 트위터는 콘텐츠 질을 관리하던 사람들을 해고하고 지속 가능성 부분 팀을 해체했다. 과거 사용 금지 당했던 환경반대주의자들도 다시 트위터를 쓸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과거 기후위기가 심각하니 친환경적인 행동을 하자는 운동을 해왔던 공간에서 오히려 기후 위기에 대해 불신하는 글과 환경운동을 혐오하는 글이 늘어났다고 분석됐다. 현재 엑스의 검색창에 ‘기후(climate)’를 입력하면 연관검색어로 ‘기후 사기(Climatescam)’가 가장 먼저 나타난다.
참고 자료
Trends in Ecology & Evolution(2023) DOI:https://doi.org/10.1016/j.tree.2023.07.002
arXiv, DOI: https://doi.org/10.48550/arXiv.2304.04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