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진보당 부산시당 관계자들이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반대 해변시위를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30년 가까이 대학에서 방사성의약품학을 공부하고 강의한 국내 전문가가 정치권 등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의 위험성을 지나치게 과장, 공포심을 조장하고 있다며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하고 방류농도로 희석한다면 마시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섰다. 발언의 주인공은 박일영 충북대 약대 교수.

박 교수는 최근 생명과학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인터넷 공개 게시판에 "나는 처리된 후쿠시마 오염수를 가져오면 방류농도로 희석해서 마시겠다. 과학으로 판단할 사안을 주관적 느낌으로 왜곡하지 말라"는 글을 올렸다. 박 교수는 원고지 67장 분량의 이 글에서 글을 쓰게 된 이유, 방사성물질의 양과 인체 영향을 나타내는 수치, 자연방사선과 방사선 유해요소 허용 기준을 차례로 언급하고 핵분열 산물과 후쿠시마 오염수의 삼중수소의 방사선량, 이 물을 사람이 마셔도 되는지에 관해 여러 참고 문헌까지 언급해가며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 정서에도 국가 경제에도 도움 되지 않는, 그렇다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 수단도 보이지 않는 소모적 논란이 과학과는 동떨어진 주관적 견해들에 의해 증폭돼 국민의 공포만 키워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교수의 글은 생명과학 연구자와 대학원생이 모인 이 자유게시판에서 순식간에 댓글이 105개나 달리며 논란이 됐다. 언론보도가 나가자 박 교수에 대한 비난의 댓글들도 뉴스 아래 쏟아졌다. 마침 지난달 말 한국원자력학회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ALPS로 처리한 후쿠시마 오염수를 충분히 마실 수 있다면서 논란이 일던 직후여서 해외 교수도 아닌 국내 교수가 한 발언은 더 큰 주목을 받았다.

박 교수는 자신의 생각과 달리하는 댓글에 일일이 답변하며 차분히 근거를 설명했다. 댓글을 단 일부 사용자들은 박 교수가 올린 글을 보고 일부는 수긍하기도 하고, 일부는 박 교수의 해석이 결과적으로 일본과의 신뢰가 깔리지 않는 한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부 게시판 참여자들은 박 교수의 발언을 '학자의 양심을 지킨 용기 있는 행동'이라며 추켜세우기도 했다. 다양한 의견이 차분하게 전달되고 충분한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이어가며 브릭게시판은 건전한 토론의 장이 됐다. 하지만 박 교수의 발언에 대해 상당수 여론은 여전히 냉담하다. 박 교수의 말이 맞다고 해도 일본이 계속해서 희석한 농도를 과연 계속 유지할지, 마실 수 있다면 일본에서 용수로 쓰라는 지적까지 다양한 비판이 지금도 쏟아지고 있다. 박 교수는 왜 이런 행동에 나선걸까.

박 교수는 8일 전화통화에서 "글을 올리자마자 주변 지인뿐 아니라 인터넷에서 '너네 가족이나 마시게 하라'같은 부정적인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다"면서도 "인체에 대한 영향을 30년 가까이 '방사성의약품학'이란 과목으로 공부해왔기에 국민 정서에도 부합하지 않고 갖가지 부정적인 말을 들을 것을 각오하더라도 해야 할 말을 하기 위해 용기를 낸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서울대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1995년부터 충북대 약대에 재직 중이다. 대한약학회 방사성의약품학 분과학회장을 맡고 있다.

박 교수는 먼저 '앨리슨 교수처럼 자극적인 발언을 통해 불필요한 논란을 키운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당연히 개인마다 느끼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면서 "나라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반갑겠나"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으로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는 불가피하며, 그런 경우 우리도 이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오염수의 방류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 수단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 소모적 논란이 공포를 조장해 우리 수산업자, 자영업자에게 피해를 주고, 국민 식탁을 걱정스럽게 만드는 것은 책임감 있는 사람의 자세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일영 충북대 약대 교수./충북대 홈페이지

박 교수가 글에서 주장하는 요지는 앨리슨 교수와 맥락이 같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처리한 뒤 삼중수소를 방류농도인 1리터(L)당 1500베크렐(㏃) 미만으로 희석한다면, 인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박 교수는 ALPS에서 처리한 오염수를 방류 농도에 해당하는 487배 물에 희석할 경우 마시겠다고 했다. ALPS에서 나온 오염수 1L를 바로 마실 수 있다는 앨리슨 옥스퍼드대 명예교수의 발언과는 정도의 차이는 있다.

박 교수는 "ALPS로 흡착과 필터를 거쳐 기타 핵종들을 제거했다면 미세 고형물이나 부유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기타 핵종들에 의한 추가 실효선량도 역시 미미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바나나 1개가 150g 정도인데, 바나나에 포함된 칼륨-40 등에 의해 받는 실효선량 0.0001 밀리시버트(mSv)의 약 4분의 1″이라면서 "우리가 평소 먹는 시금치, 견과류, 당근 등에도 방사선량이 포함돼 있지만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앨리슨 교수의 발언의 핵심은 사실 '방사능보다 위험한 왜곡된 공포'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본다"며 "일단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면 오랜 기간에 걸쳐 이뤄지기 때문에 농도가 더 낮아지게 될 것이라는 점을 알려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단 1% 확률이라도 위험 요소가 있다면 국민은 불안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가 지금도 100% 깨끗한 환경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니며 평소 훨씬 더 오염된 것을 접할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뿐 아니라 중국 원전에서 배출하는 삼중수소 양도 막대한데 이것을 배출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그 누구도 하지 않고 있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사태를 정치적, 주관적으로 해석해 국민 공포를 키울 것이 아니라 '과학'으로 판단해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한편에선 여전히 그의 주장이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브릭 게시판에 참여하고 있는 한 참가자는 "과학적 연구와 수치를 동원한 주장과 논설은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분명 다양한 방식으로 검증이 이루어지고 그 결과 해당 주장과 논설은 확인되거나 반박된다"며 "하지만 지금 일본 정부와 도쿄 전력이 발표하는 자료들은 과연 어느 정도 다른 나라 연구자들에 의해 충분히 검증되고 있는지, 이런 신뢰의 문제와 검증의 문제를 자세히 언급했으면 더 좋겠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참가자도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뿐 아니라 그 어떤 기관에서도 현 상황에 맞는 의미있는 임상실험 결과는 찾을 수 없다"면서 "천일염과 해산물을 섭취하는 일본 인근지역(후쿠시마)에 사는 사람과 동식물에 대한 임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 역시 이에 대해 "국민의 불안을 덜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며 "정부가 처리된 오염수에 삼중수소 이외에 다른 방사성동위원소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할 성적자료 공개와 시료의 직접 채취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관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발언이 어디까지나 일본이 제시한 방류 조건을 계속 준수했을 때 유효하다는 점도 인정했다.

박 교수는 또 "후쿠시마 근해는 일본 영해이지만 해류가 흘러가는 태평양은 일본 만의 바다가 아니므로, 주변국에서 요구하는 경우 시료를 직접 채취해 시험해서 '이중 확인(double check)'을 해야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다른 댓글에 대한 답변에선 "할 수만 있다면 일본 정부에 다른 방법을 택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