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기후행동 구성원들이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지난 3월 22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미세플라스틱 저감을 위한 시민 행동을 촉구하는 깨끗한 바다 만들기 세이브 디 오션(SAVE THE OCEAN) 캠페인의 일환으로 미세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뉴스1

원심력의 힘으로 옷을 말리는 회전식 건조기가 옷에서 떨어진 가느다란 실을 대량으로 배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렇게 배출된 극세사들이 공기와 하천을 오염시킬 수 있어 제조회사들이 세탁기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P&G 뉴캐슬혁신센터 노섬브리아대 연구팀은 24일 국제 학술지 ‘플로스원’에 배기관을 통해 건조 과정에서 발생한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외부로 방출하는 회전식 건조기에서 대량의 극세사가 방출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소개했다.

일반적으로 옷을 빨고 건조하는 과정에서 옷감 섬유에서 미세한 입자나 보풀이 떨어져 나온다.

회전식 건조기는 크게 응축형 건조기와 퉁풍형 건조기로 나뉜다. 두 가지 유형의 회전형 건조기는 모두 극세사 오염 물질을 생성한다. 습한 공기를 응축해 세탁기 안 챔버에 저장하는 응축 방식의 건조기는 회전식 건조기와 유사한 양의 오염물질을 생성한다. 하지만 연구진에 따르면 응축형 건조기가 수질 오염을 야기할 수 있는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축형 건조기가 통풍형 건조기처럼 극세사를 공기 중으로 배출하는 대신 젖은 옷에서 나오는 습한 공기를 물로 바꾸는 과정에서 미세섬유가 함께 포함돼 외부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번에 적은 에너지를 써서 영국과 유럽에서 인기를 끄는 응축형 회전식 건조기 성능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직물 1kg에 340mg의 섬유가 방출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배출된 섬유 중 91%는 필터에 걸러지지만 나머지는 응축기 안에 응축수 형태로 있다가 하수로 배출된다.

연구진은 영국을 포함해 유럽 전역에서 사용되고 있는 건조기 숫자를 근거로 배출량을 추산한 결과 매년 641t의 극세사가 하수구로 배출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몸무게가 6t이 나가는 아프리카 코끼리 100마리에 해당하는 무게다.

과학저널 ‘플로스 원’ 연구 자료 발췌

일부 제조사의 제품의 경우 소비자에게 필터를 흐르는 물에 세척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가 이 필터를 싱크대나 욕실 샤워기 등 수돗물을 사용해 씻을 경우 현재보다 10배 더 많은 극세사가 수로에 유입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보고 있다. 존 딘 노섬브리아대 응용과학과 교수는 “건조기에서 나오는 극세사의 대부분이 보풀 필터에 모여 외부로 배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가전업체들이 필터를 정기적으로 흐르는 수돗물에 세척하라고 권장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딘 교수는 “가정에서 회전식 건조기를 사용할 경우 물로 세척하는 대신 가벼운 브러시나 천 또는 진공 청소기로 필터를 청소하고 수거된 섬유를 쓰레기로 분류해 버리는 것이 수질 오염을 막는 방법이며, 이것이 전 세계 자연 환경 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물론 섬유 포획 필터가 설치되지 않은 세탁기는 회전식 건조기보다 훨씬 더 큰 요염원이다. 연구진은 응축형 건조기에서 나온 오염물질인 극세사 양이 세탁기의 25%에 머문다고 보고 있다. 세탁물의 15%만이 회전식 건조기를 통해 건조되고 있어 세탁기 총 오염은 훨씬 크며 유럽에서 연간 1만3000t이 배출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는 우선적으로 세탁기를 타깃으로 삼고 있습니다.”라고 뉴캐슬혁신센터 닐 란트 상임 연구위원은 말한다.

학계는 가전업체들이 세탁기 뿐 아니라 회전식 건조기에 극세사 여과 시스템을 장착하는 기술 도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국내 가전업체들도 지난달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기후산업국제박람회(WCE 2023)에서 미세플라스틱 저감 세탁 기능을 소개했다. LG전자(066570)는 트롬 세탁기와 워시타워에 미세플라스틱 배출을 표준코스 대비 최대 70% 줄일 수 있는 ‘미세플라스틱 케어 코스’를 공개했다. 삼성전자도 아웃도어브랜드 파타고니아와 협업해 미세플라스틱 배출을 최대 60%까지 줄이는 ‘비스포크 그랑데 AI’ 세탁기와 건조기를 내놨다.

다만 가전업체의 미세플라스틱 저감 세탁기술이 아직까지는 영국과 유럽에서 의무화하는 필터를 대체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프랑스에서는 2025년부터 모든 세탁기 제품에 극세사 필터 장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참고자료

PLOS ONE(2023), DOI: https://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2855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