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빨간색으로 표시된 강원 동해시 북동쪽 지역에서 지진이 총 16번 일어났다. /기상청 제공

지난 23일 0시 52분 강원 동해시 북동쪽 해역에서 규모 1.7 지진이 발생했다. 이를 시작으로 24일 오후 9시 41분쯤에는 북동쪽 53㎞ 해역에서 규모 2.1 지진이, 9분 뒤인 9시 50분쯤에는 북동쪽 58㎞ 해역에서 규모 2.4 지진이 일어났다. 25일 낮 12시 2분쯤에도 같은 지역에서 규모 3.1 지진이 발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3일간 이곳에서 일어난 지진은 총 16회에 이른다.

기상청은 이번 연속 지진에 대해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동해에서 규모 2.0~3.0 수준 지진이 계속해서 일어났지만 강원 지역에서 관측된 최대 진도는 2 수준으로 미미하다는 것이다. 규모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 방출되는 에너지의 양을 나타내는 절대적 개념이고, 진도는 지진으로 땅이 얼마나 흔들리는가를 상대적으로 나타낸 값이다. 지진 진도 2는 건물 위층에 있는 일부 사람들 말고는 느끼지 못하는 수준의 흔들림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속 지진이 먼 미래에 대규모 지진이 벌어질 전조증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소규모 지진이 여러 차례 일어나면서 바닷속 땅을 약하게 만들면 나중에 상대적으로 작은 힘에도 단층이 발생하면서 큰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열곡과 해령을 표현한 그림. 맨틀 대류로 한 곳에 몰린 열이 땅 밖으로 뿜어져 나오면 하나였던 땅이 양쪽으로 갈라지면서 해저 산맥 '해령'과 해저 계곡 '열곡'을 만든다. /EBS

이번 연속 지진의 원인은 동해에 일찍부터 나타난 ‘열곡’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열곡이란 맨틀의 대류로 육지나 바다 깊은 곳에서 땅이 갈라지며 생기는 계곡이다. 지구 안쪽은 열 분포가 불균일해 열이 한 쪽에만 모이는 현상이 생기는데 이 부분에서 열이 위로 솟구쳐 땅이 갈라지면 양쪽에 해령이라 불리는 해저 산맥이 생긴다. 두 해령 가운데 계곡처럼 파인 것이 열곡이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한반도와 일본 열도는 원래 붙어있었는데 중생대쯤 둘 사이에 열곡이 생기면서 갈라졌다”며 “열곡은 원래 하나였던 땅이 갈라지고 부서지면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진에 취약한 지역이다”라고 설명했다. 똑같은 힘이 가해져도 열곡 쪽은 더 잘 흔들리고 부서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강원 동해시 북동쪽 지역에서는 전부터 소규모 지진이 잦았다. 기상청 기록에 따르면 동해시 북동쪽 58㎞ 해역을 기준으로 반경 50㎞ 내에서 1978년 이후 현재까지 규모 2.0 이상 지진이 총 33차례 발생했다.

지진은 땅에 모인 에너지가 한꺼번에 분출되는 현상이기 때문에 소규모 지진이 잦다는 건 대규모 지진이 일어날 수준까지 에너지가 모이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소규모 지진으로 땅이 약해지면 똑같은 힘을 받아도 다른 땅보다 더 쉽게 단층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무작정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홍 교수는 “바닷속 땅에서 발생하는 규모 2.0에서 3.0 정도 지진이 육지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은 맞다”며 “다만 소규모 지진이라 해도 반복해서 발생하면 땅이 흔들리고 부서지면서 점점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홍 교수는 “특히 열곡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소규모 지진은 마치 우표를 뜯어내기 쉽도록 사이 사이에 절취선을 만드는 것과 같은 효과를 일으킨다”며 “이렇게 되면 비교적 작은 힘에도 지층이 끊어지며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