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보트가 그린란드 동부 쿨루수크 타운 부근의 빙하 옆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5년간 남극에서 3조톤(t)이 넘는 빙하가 녹아내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해수면 온도가 오르고 눈이 적게 오면서 새로 생기는 빙하보다 바닷물에 녹아 없어지는 빙하가 더 많아진 탓이다.

영국 리즈대 지구환경대학원의 벤자민 데이비슨 교수 연구팀은 최근 ‘대규모 이상 적설이 불러일으킨 서남극 얼음 대량 손실과 그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란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커뮤니케이션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1996년부터 2021년까지 남극 서쪽 해역인 아문센해의 표면 질량 균형이 얼마나 맞춰지고 있는지를 계산했다. 표면 질량 균형이란 빙하에 내린 눈이 얼면서 면적이 늘어나는 양과 빙하가 바닷물에 녹는 양이 균형을 이룬 상태를 뜻한다.

그 결과 25년간 표면 질량 균형이 크게 어긋나면서 3조3310억t 안팎의 빙하가 녹았고 해수면이 약 9.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얼음 3조t을 뉴욕 맨해튼 면적 만한 땅에 쌓아올리면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높이의 137배 높이에 해당하는 61㎞에 이른다.

데이비슨 교수는 “지난 25년 사이 서남극해에 있는 20개의 빙하가 엄청나게 녹아내렸다”며 “빙하가 녹는 수준은 매년 차이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꾸준히 녹았으며 이러한 경향이 뒤집히리란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2018년 이후에 나온 3가지 기후모델(RACMO2.3p254, HIRHAM555, MAR)을 통해 대기 흐름과 강설량을 분석했다. 그 결과 빙하가 3조톤 넘게 녹은 기간 동안 강설량이 극단적으로 오르내렸다는 것을 확인했다. 굉장히 많은 눈이 내린 기간이 있는가 하면 가뭄에 가까울 정도로 눈이 오지 않은 때도 있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09년에서 2013년 사이에는 남극에 눈이 매우 적게 오면서 다른 기간에 비해 빙하가 더 많이 녹아내렸다. 연구팀은 25년간 녹은 3조톤의 빙하 중 4분의 1이 이때 녹은 것으로 분석했다.

눈이 평년보다 훨씬 많이 내린 기간도 있었다. 데이비슨 교수는 “2019년에서 2020년 사이에는 평균보다 많은 눈이 내리면서 해수면이 비교적 덜 상승했다”며 “빙하가 녹은 전반적인 원인은 해수면 온도 상승이지만 남극 강설량이 큰 기복을 보인 것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남극 빙하가 대량으로 녹는 현상은 당분간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40년까지 지구 표면 온도가 1.5도 상승하면서 남극 빙산 붕괴, 해수면 상승, 생물다양성 손실 등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자료

Nature Communications,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3-369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