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 시각)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제6차 종합보고서(AR6)를 최종 승인한 가운데 역대 보고서만큼 6차 보고서도 기후변화 대응 방식에 변화를 일으킬지 주목된다.
이번 발표된 제6차 종합보고서에서는 2014년 발표된 제5차 종합보고서보다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이 잘 드러났다. IPCC는 보고서에서 “산업화 이전 대비 전 지구 지표 온도의 변화가 평균 0.85도에서 1.09도로 증가했으며 인간활동에 의한 온실가스의 온난화 기여도도 평균 0.9도에서 1.5도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IPCC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가 1988년 공동 설립한 국제기구다. 현재 195개 회원국의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보고서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전 세계 과학자가 함께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규명에 힘쓰고 있다.
그중 5~7년 단위로 발표하는 IPCC 종합(평가)보고서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정부간 협상의 근거로 활용하는 자료다.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셈이다. 따라서 보고서가 발표될 때마다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 큰 변화가 있었다.
IPCC는 제1차 평가보고서에서 인간활동으로 온실가스의 농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1차 보고서가 발표된 1990년 직후인 1992년 지구 온난화의 규제와 방지를 위한 UNFCCC가 채택된 배경을 제공했다. 1995년 발표된 제2차 평가보고서에서는 ‘온실가스 농도가 계속해서 증가한다’는 내용을 담아 199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의 근거가 됐다. 교토의정서는 UNFCCC의 수정안으로 온실가스의 실질적 감축을 위한 계획을 담은 국제 협약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55%를 차지하는 선진국 38개국은 1990년도 배출량 대비 평균 5.2%씩 감축하도록 했고 한국은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감축 의무가 면제됐다.
제3차 평가보고서는 2001년 완성됐으며 지구 온난화에 대한 근거의 정확도가 얼마나 되는지를 밝힌 내용이 담겨있다. 당시 연구자들은 66% 이상의 확률로 20세기 중반 이후 관측된 온난화 대부분이 인간활동으로 일어났다고 발표했다. 이전까지 합의되지 않았던 지구 온난화의 원인을 명확히 밝혔다.
IPCC는 2007년 발표된 제4차 평가보고서에서는 90% 이상의 확률로 인간활동으로 인해 기후 시스템의 온난화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후 기후변화 심각성을 알린 공로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겸 환경운동가를 포함한 IPCC 전체가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노벨위원회는 “기후변화 문제의 해결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2014년 발표된 제5차 평가보고서에서는 인간이 지구 온난화를 일으켰을 가능성을 95~100%라고 예상했다. 따라서 2015년 파리협정이 채택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파리협정은 전 세계 모든 국가에 지구 온난화 완화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으로 산업화 이전 대비 온도 증가 폭을 1.5도로 유지하기 위한 전 지구적 협약이다. 종료 시점이 없는 협약으로 참여한 모든 국가가 이산화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2015년부터 작성해 발표된 제6차 종합보고서는 2021년 8월과 2022년 2월, 4월에 발표된 세 보고서를 종합한 내용이다. 수천 페이지에 걸친 과학 내용을 짧은 형식으로 줄여 요약한 버전으로 정책 입안자가 기후 행동에 대한 판단을 내릴 때 과학적 토대를 제공한다. 이번 보고서는 올해 11월 두바이에서 열리는 UN 기후 정상회의(COP28)에 제공된다. 올해 처음으로 시행되며 파리협정의 목표 달성 여부를 확인하는 전 지구적 이행점검(Global Stocktake·GST)에 투입될 예정이다. 앞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결정할 때 중요한 참고자료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