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구급차. /뉴스1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최근 충북 청주에서 산모가 응급 분만을 받지 못해 태아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방치돼 온 고위험 분만·신생아 의료체계 붕괴가 낳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5일 입장문을 통해 "태아 심박수 저하로 응급 분만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충북 지역 의료기관들이 이를 수용하지 못했다"며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대전협은 이번 사건의 배경으로 지역 의료체계 붕괴를 지목했다. 충북 지역은 2024년부터 신생아중환자실(NICU)을 운영하는 병원이 사실상 한 곳에 불과했고, 해당 기관 역시 야간·휴일 응급 대응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태였다는 설명이다. 대전협은 "현장의 경고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대전협은 정부와 국회에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 개선을 촉구했다.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이 의료진에게 집중되는 구조, 산과·신생아과 기피로 인한 인력 감소, 중증 환자 진료 시 의료기관 손실이 발생하는 수가 체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의료계는 거듭 지적해 왔다.

대전협은 "저출산 대응에 막대한 재원이 투입돼 왔지만 정작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를 담당하는 인프라와 인력 지원은 부족했다"며 "권역모자의료센터가 있었음에도 이번 사태를 막지 못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위험 분만·신생아 의료에 대해 국가 책임에 기반한 법적 안전망을 마련하고, 무과실 보상 기금 등 보호 장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도 단위 운영에서 나아가 분만 규모와 중증도를 반영한 광역 거점 중심 체계로 개편하고, 기존 거점 기관에 인력과 기능을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산과·신생아과 전문의 확충과 인력 양성을 위해 국가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의료진이 안정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전협은 "이번 사건은 수년간 반복된 현장의 경고가 정책에 반영되지 않아 발생한 비극"이라며 "입법과 제도 개선 과정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당국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11시3분 충북 청주의 한 산부인과에서 입원 중이던 임신 29주차 30대 산모의 태아 심박수가 떨어진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해당 산부인과는 충북, 충남, 대전, 세종 지역 병원에 전원을 요청했으나 전문의 부재 등을 이유로 수용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다른 지역 병원을 수소문한 끝에 헬기를 이용해 산모를 약 3시간 30분 만에 부산 동아대병원으로 이송했으나 태아는 숨졌다. 산모는 응급수술을 받고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