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은 100세를 넘어서도 건강하게 사는 사람이 많은 나라다. 100세에 첫 수영 대회에서 우승한 106세 여성과 아직도 직장을 다니는 107세 남성이 있고, 평생 초콜릿을 즐긴 수녀도 116세까지 살았다. 장수의 기준인 100세를 넘어서 110세 이상을 사는 초장수인 슈퍼센티네리언(Supercentenarian)이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브라질 상파울루대 연구진이 초장수인들의 유전자를 해독해 장수 비결이 생활 습관이나 의료 혜택보다 타고난 유전적 다양성임을 밝혔다고 27일(현지 시각)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유전체 정신의학(Genomic Psychiatry)'에 실렸다.
◇인종의 용광로가 장수 비결
연구진은 '장수 DNA(DNA Longevo)' 연구 프로젝트에서 장수인 160여 명의 유전자를 해독했다. 참가자 중 20명은 110세에 도달한 슈퍼센티네리언이었다. 장수인들은 특별한 식습관을 가진 것도, 운동을 열심히 하지도 않았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그보다 유전적 다양성이 장수에 영향을 미쳤다고 추정했다. 자츠 교수는 "브라질은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나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이것이 그들의 장수에 기여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구 참가자들은 대부분 유럽과 아프리카, 아메리카 원주민 혈통이 섞인 조상을 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터프츠대 의대의 생물통계학자인 파올라 세바스티아니(Paola Sebastiani) 교수는 "지금까지 장수인 연구는 유전적으로 동질적인 집단에 집중됐다"며 "이번 연구는 이 분야의 공백을 메우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브라질 장수인들의 또 다른 특징은 대부분 의료 혜택을 많이 받지 못하고도 건강하게 살았다는 점이다. 자츠 교수는 "많은 참가자가 병원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마을에 살았다"고 말했다.지금까지 장수 연구는 대부분 의료 혜택을 받기 쉬운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 주로 진행됐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대 의대의 마넬 에스텔러(Manel Esteller) 교수는 "이는 건강한 노화가 최신 표적 치료나 조기 검진 덕분이 아니라 다른 요인에 의해 주도됐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초콜릿 즐겼던 세계 초고령자 수녀
슈퍼센티네리언들은 초고령자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바꿨다. 이번 연구 참가자 중에는 수녀인 이나 카나바로 루카스(Inah Canabarro Lucas)도 있었다. 루카스 수녀는 지난해 4월 116세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 세계 최고령자로 인정받았다. 이번 연구 참가자들과 마찬가지로 루카스 수녀도 당분이나 지방 섭취를 제한하지 않았다. 자츠 교수는 "루카스 수녀는 초콜릿을 매우 좋아했다"며 "부활절에 초콜릿을 선물했을 때 환하게 웃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사례는 70세에 수영을 시작해 30년 후 첫 대회에서 우승한 106세 여성인 로라 올리베이라(Laura Oliveira)다. 장수 비결이 유전자에 있다는 사실은 올리베이라 가족에게서 알 수 있다. 로라에게는 각각 106세, 101세인 여동생이 있고, 고모는 110세이다. 자츠 교수는 "유전적 요인이 장수에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이런 가족은 특히 연구할 가치가 있다"며 "올리베이라 자매는 서로 다른 곳에 살아 장수가 같은 환경을 공유한 결과가 아니다"고 말했다.
107세 남성은 브라질에서 정식 직업을 가진 최고령자이다. 그는 슈퍼마켓에서 쇼핑 카트를 정리하는 일을 한다. 연구진은 그가 일하는 모습은 일반적인 100세 노인의 이미지와 완전히 달랐다고 밝혔다. 장수인들은 대부분 인지 기능도 여전히 좋았다.
◇미니 장기 만들어 장수 유전자 규명
이번 연구에서 초장수인은 세포에서 수명을 다하거나 손상된 단백질을 분해하고 재활용하는 기능이 젊은 사람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기에는 뛰어난 면역력도 증명됐다. 이번 연구에 참가한 슈퍼센티네리언 3명은 백신이 없던 2020년에 코로나19에 걸리고도 가뿐히 회복했다. 이들의 몸에는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항체가 풍부했으며, 수가 늘어난 보조 T세포가 암세포나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세포독성 T세포와 비슷하게 작용했다.
연구진은 초장수인 고유의 유전자 변이를 밝히기 위해 자연사한 젊은 연령대의 유전자 정보와 비교하고 있다. 동시에 참가자들의 혈액 세포를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로 역분화하는 연구도 하고 있다. iPS세포는 다 자란 세포에 특정 유전자나 단백질을 넣어 발생 초기의 배아줄기세포 상태로 만든 것이다.
iPS세포는 조건에 따라 인체의 모든 세포로 자랄 수 있다. 연구진은 iPS세포로 뇌 오가노이드도 만들었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장기(臟器)와 유사한 입체 구조로 배양한 것으로, 미니 장기라고 불린다. 근육, 폐, 심장 오가노이드도 준비하고 있다.
연구진은 또한 참가자들의 면역 기능과 생화학적 지표들을 측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해당 연령대에서 '정상'이 어떤 모습인지 이해할 수 있는 기준값을 생성할 계획이다. 자츠 교수는 "유전적 변이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그 변이들이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밝혀낼 수 있다면, 그런 변이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Genomic Psychiatry(2026), DOI: https://doi.org/10.61373/gp026v.0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