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국내 지사를 설립한 중국 유전체 분석 기업이 국민 건강 빅데이터를 활용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사이버 보안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14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중국 BGI 출신 임원이 국내 설립한 노보진코리아가 건강관리협회 건물에 공유 실험실 형태로 입주했으며, 협회가 보유한 국민 건강 빅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하도록 대응이 필요하다"는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이같이 말했다.
정 장관은 "현재로선 협회와 임대차 관계만 확인됐고, 협회와의 정보 공유나 공동연구 이력은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노보진은 유전체 분석 세계 2위 기업 중국 BGI에서 부사장을 지낸 리뤼창이 2011년 설립한 유전체 분석 회사다. 한국에는 지난 6월 노보진코리아로 지사를 열었다. 노보진코리아는 국내 병원과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인 진핵생물 메신저 리보핵산(mRNA) 시퀀싱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전체는 한 생명체가 가진 모든 유전정보(DNA)를 말한다. 유전체 분석을 통해 암과 희소병 등 질병 발생 가능성을 개인별로 예측할 수 있고, 개개인에 최적화된 치료법과 약물 반응, 건강관리 등 민감한 개인 정보까지 파악할 수 있어 보안이 필수적이다.
한 의원은 과거 BGI가 건강 빅데이터를 중국 당국과 공유한 전력을 지적했다. 그는 "2021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BGI가 52개국에서 확보한 800만 개의 임산부 데이터를 중국 인민해방군과 공유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 회사의 부사장 출신이 세운 노보진코리아는 국내에서 유전체 데이터를 수집하지만 분석은 모두 외국에서 하고 있어, 국가 생명정보의 해외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장비·실험 인력 없이 소수 행정직 중심의 조직 구성도 꼬집었다. 이 의원은 "노보진코리아가 한국건강관리협회 건물에 입주했지만, 실험 장비나 분석 인력은 없고 행정직 6명만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협회가 보유한 방대한 국민건강 빅데이터를 이 기업이 활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인터뷰 내용도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협회는 국가건강검진의 약 10%를 수행하고 있는 복지부 소관 기관인데, 이곳에 최근 해킹 시도가 급증해 동일 IP에서 수만 건의 접속 시도가 확인됐다"며 "국민의 건강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사전 대응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정 장관은 "건강관리협회가 보유한 빅데이터를 실제로 어떻게 관리·공유하고 있는지는 더 확인이 필요하다"며 "민감정보 보호가 최우선인 만큼 보안 위협을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공유 실험실 입주기업의 데이터 접근 통제, 외부 반출 가능성, 해외 분석 의뢰 여부 등을 포괄적으로 살피겠다"고 말했다. 또 "유전체 등 생명·인체정보는 국가·사회 차원의 전략 자산"이라며 "관련 법·제도와 가이드라인을 재점검하고, 필요 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