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내년도 의과대학 정원 확대 규모를 원점에서 유연하게 협의하겠다고 10일 밝혔다. 의대 증원 정책 발표 이후 약 1년간 이어진 의정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2026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가 ‘0′이 될 가능성도 열어둔 셈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열고 “정부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 나간다면 2026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확대 규모도 의료 인력 수급 전망과 함께 대다수 학생이 2024년에 수업에 참여하지 못한 점, 각 학교 현장의 교육 여건까지 감안해 제로베이스에서 유연하게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승적 결단”이라고도 했다.

앞서 이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교육부와 복지부 등 관계 부처에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현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를 적극 검토해 줄 것을 지시했다.

‘2026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가 0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냐’는 질문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현재 특정한 숫자를 염두에 두고 협의할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이때까지는 주로 2035년까지 의사 인력 수급 균형을 목표로 했는데, 교육 여건과 각 학교의 사정 등이 굉장히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만큼 이런 것들도 충분히 고려해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복지부와 교육부는 사직한 전공의가 수련 병원에 복귀하면 차질 없이 수련이 이뤄지도록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현행 전공의 수련 규정은 사직 후 1년 내 복귀를 제한하고 있는데, 특례 조치를 통해 전공의가 사직 전 수련한 병원과 전문 과목으로 복귀하는 경우 복귀 제한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사직한 의무사관후보생이 수련에 복귀하면 수련을 마친 후 의무장교 등으로 입영할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이 부총리는 “2025학년도 의과대학의 교육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각 대학에서 면접 등 교원 채용절차를 진행 중이며, 2월까지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라며 “교육시설도 강의실 리모델링, 건물 신축을 위한 설계 준비 등이 계획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2024년도와 2025년도 신입생 7500여명이 동시에 수업을 받는 어려운 여건이지만, 정부는 학생이 복귀만 한다면 대학과 협력해 대학 전체 자원을 활용하고 행정·재정적으로 지원해 정상적으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의대 교육 지원을 위한 교육부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교원 증원과 시설·기자재 확충, 의대 교육혁신 지원 등 의학교육 여건 개선에 예산 총 6062억원을 투입한다. 이 부총리는 “정부는 의대 증원을 계기로 대학 교육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의학교육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중장기 투자계획을 수립해 2030년까지 약 5조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에 대한 비상계엄 포고령 내용은 정부의 방침과는 전혀 다르다”면서 “포고령 내용으로 상처를 받은 전공의와 의료진에게 진심 어린 유감과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의료계와 대화하고 협의한다는 게 교육부, 복지부 등 정부부처의 기본 방침이기 때문에 ‘전공의 등 의료인 처단’ 등의 내용을 담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포고령은 정부 방침과 어긋난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