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실 앞에서 한 직원이 중증환자 발생으로 진료가 지연되고 있다는 안내문을 치우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의 의료개혁과 비상진료 대책으로 인해 건강보험 고갈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연합뉴스

내년도 의대 증원 정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건강보험 재정 고갈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가 의료개혁과 비상진료체계 유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서 예상보다 지출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 이유로 꼽힌다.

25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의료개혁과 비상진료대책을 반영한 건강보험 재정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의정 갈등으로 인한 정부의 지원 대책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내년부터 적자로 전환한다.

당초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로 전환하는 시기는 2026년으로 예상됐으나 정부가 지난 2월 의료공백 사태 이후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과 비상진료 대책을 내놓으면서 빠르게 재정이 고갈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공정한 보상체계(수가 정상화)’와 후속 대책에 대해 올해부터 5년간 건강보험 재정을 20조원 이상 투자하기로 했다. 비상진료체계 운영을 위해 비상진료 ‘심각’ 단계 해지 시까지 건강보험으로 월 2085억원 지원하고, 수련병원에는 수가를 선지급했다.

건보 재정의 지출이 늘면서 누적 준비금 소진도 2030년에서 2028년으로 2년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10년간 건강보험 누적 적자액도 약 32조2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산정책처는 “정부가 중증·응급환자 진료 강화를 위해 수가를 인상하고 수련병원 건강보험 선지급 명목으로도 6∼8월 동안에만 1조4844억원을 지원했다”며 추가 재정 소요를 반영한 중장기적 재정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