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야·의·정 협의체 회의가 비공개로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김성원, 이만희 의원, 이진우 대한의학회장./뉴스1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해 출범했던 여야의정 협의체가 좌초 위기다.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는 의료계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회)가 참여 중단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협의체에 정부와 여당만 남게 돼 사실상 존속의 의미가 없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여야의정 협의체는 이날 4차 전체회의를 개최한다. 대한의학회와 의대협회도 이날 열리는 전체회의에는 참석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날이 두 의료계 단체가 참여하는 마지막 회의가 될 가능성이 있다. 대한의학회는 지난 11월 29일 임원회의를 열고 협의체 참여 중단으로 가닥을 잡았다. 의대협회도 같은 날 온라인 회의를 열고 참여 중단 여부를 논의했고, 이종태 이사장에게 결정을 위임했다.

두 단체는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는 유이한 의료계 단체다. 전공의 단체나 대한의사협회는 협의체에 참석하지 않았고, 야당도 마찬가지다.

전공의들의 반대에도 두 단체가 협의체에 참여한 건 수능 성적 발표일(12월 6일) 전에 10개월을 끌어온 의정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20일 넘게 진행된 협의체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수능 성적 발표일이 다가오면서 더는 협의체에 참여할 명분이 없다는 게 이들 단체의 설명이다.

최대 쟁점인 2025·2026년 의대 정원 문제에서 정부와 여당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협의체에서도 의정은 평행선을 달렸다. 최근 국민의힘이 경북 국립의대 신설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협의체에 참여한 의료계 단체들의 입지가 더 좁아졌다. 이날 열리는 4차 전체회의에서 정부와 여당이 깜짝 제안을 하지 않는다면 협의체는 한 달도 되지 않아 문을 닫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의정 갈등도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이달 초에 진행되는 내년도 상반기 전공의 모집 공고와 의협 회장 보궐선거전 개시를 통해 의정 갈등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내년에 수련할 전공의 모집 공고는 5일에 나고 합격자 발표는 19일쯤이다. 이 때 얼마나 많은 전공의가 돌아올 지 알 수 있다.

비대위 체제로 운영 중인 의협 차기 회장에 강경파가 당선될 지, 대화파가 당선될 지도 지켜볼 부분이다. 현재 의협 회장 선거에는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 김택우 전국광역시도의사협의회장,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주수호 전 의협 회장, 최안나 의협 대변인 등이 출마 선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