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탄올이 섞인 불법 술을 마신 뒤 사망한 관광객이 머물렀던 라오스 방비엥 마을의 한 호스텔 모습./AP통신

최근 라오스를 여행하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메탄올이 들어간 불법 술을 마신 뒤 잇달아 사망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제 사회에 메탄올 중독 위험성에 대한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산업용 화학물질인 메탄올로 만든 술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무료 또는 저렴하게 판매하는 일이 흔해 관광객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AP통신·BBC 등 외신들은 라오스의 유명한 관광지인 방비엥 마을을 방문한 미국·호주·덴마크 등 출신의 관광객 6명이 메탄올 중독으로 잇달아 사망했다고 22일(현지 시각) 전했다. 최근 이 마을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를 고려하면 피해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방비엥은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150㎞ 떨어진 관광지로, 세계 각국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배낭여행의 성지다. 국내에도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져 한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 사고 보도 다음 날 라오스 정부는 공식 사과했고, 미국·영국 등은 메탄올 주의보를 내렸다.

에탄올과 메탄올은 둘 다 알코올로 분류되는 무색 액체로 향도 비슷하다. 하지만 용도는 완전히 다르다. 에탄올은 값비싼 화학 물질로 맥주, 와인, 증류주와 같은 알코올 음료 제조에 사용된다. 반면 메탄올은 고체 연료, 부동액, 폐수처리 촉진제 등으로 사용되는 산업용 화학물질이다.

메탄올은 독성이 강해 소량만 마셔도 건강에 치명적이다. 메탄올을 섭취하고 후 몇 시간이 흐르면 간에서 분해되기 시작하는데, 이 대사 과정에서 포름알데히드, 포메이트, 포름산 등 독성 부산물이 생성된다. 이러한 부산물이 쌓이면 우리 몸의 신경과 장기를 공격해 실명, 혼수, 심하면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알래스터 헤이 영국 리즈대 환경독성학 교수는 “메탄올이 체내에서 포름알데히드로 분해되고 다시 포름산으로 바뀌면서 혈액 내 산·염기 균형을 깨트리고, 결국 호흡에 영향을 미쳐 심각한 결과를 가져온다”며 “농도와 섭취량에 따라 사망률이 최대 40%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숨진 관광객들은 대부분 호텔이나 업소에서 무료로 제공한 메탄올 술을 마신 뒤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오스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에는 술의 양을 늘리기 위해 에탄올 대신 값싼 메탄올을 넣어 만든 술을 불법 판매하는 일이 흔하다고 한다. 이러한 배경을 잘 모르는 관광객들이 메탄올 술을 마시고 숨지는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8월 라오스와 인접한 태국에서도 메탄올을 불법 첨가한 밀주를 마신 뒤 최소 8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병원 치료를 받는 일이 있었다.

메탄올 중독은 30시간 안에 진단되면 치료를 받고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약물 치료와 혈액 정화를 위한 투석 치료가 흔한 치료법이다. 에탄올이 치료에 쓰이기도 한다. 헤이 교수는 “에탄올은 메탄올이 분해되는 대사 과정을 지연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중독의 심각도에 따라 투석을 통해 혈액에서 메탄올을 제거하거나, 에탄올을 투여해 환자를 가볍게 취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진단이 늦다는 점이다.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세계 각지의 관광객과 의료진 사이에 인식 차이로 메탄올 중독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MSF는 또 동남아를 비롯한 해외 지역에서 술을 마실 때는 꼭 허가받은 업소에서 마시고, 수제 주류는 피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