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학은 단순히 기술 발전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논쟁을 일으킨다. 예컨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업 뉴럴링크의 최고경영책임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인간 지능 향상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신경과학이 개인의 생각과 감정에 접근하는 게 옳은 것인지, 뉴럴링크로 인간성이 훼손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낳는다.
최민영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형사법무디지털센터 선임연구위원은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2024)′에 강연자로 나서 “신경과학은 윤리적, 사회경제적, 법·정책적으로 사회 근간을 흔드는 쟁점을 만드는 만큼 새로운 권리의 개념을 도출해야 한다는 논의까지 이어진다”고 밝혔다. ‘신경과학의 혁신과 헬스케어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했다.
뇌를 포함한 신경계를 연구하는 신경과학 분야가 발전하면서 신경윤리학이 대두됐다. 신경윤리학은 2002년 신경과학회 심포지엄에 처음 등장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신경과학 기술과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도덕·법·사회적 측면에서 논의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다만 신경윤리학을 기반으로 한 가이드라인은 명확하지 않다. 신경윤리학 가이드라인은 지난달 기준 전 세계 30가지지만, 일반 논문이나 보고서 수준에 가까운 문헌이 대부분이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신경과학은 인간의 신체와 마음, 정신 분류의 경계를 허물고 있어 인간의 정체성과 관련된 철학적 논쟁을 등장시킨다”며 “본래 목적이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 사용될 때의 문제점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학에서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전제로 하는 법적 책임의 근간을 뒤흔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고 했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신경윤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사회적 측면에서는 안전성뿐 아니라 신경과학의 장기적 영향이 논의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법적으로는 신경과학 기술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목적에 따라 책임 주체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그는 “자율성과 사회정의, 기술 오남용에 유의하면서 연구를 촉진하기 위해 세분화한 쟁점을 더 많이 도출해야 한다”며 “예컨대 신경과학 기술에 사회 부유층만 접근해 빈부격차만 늘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연구 토대로만 가이드라인을 개발했는데, 양적·질적 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