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연 한경국립대 법경영학부 교수가 21일 서울 중구 웨스턴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2회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HIF)’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조선비즈

“최근 신경과학기술이 활용되는 영역은 교육, 군사, 의료,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해지고 있다. 이 기술은 인체, 건강에 영향을 미치므로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기술에 따른 편익과 위험을 고려해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

박정연 한경국립대 법경영학부 교수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턴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2회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HIF)’에서 이같이 말했다. ‘신경과학의 혁신과 헬스케어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했다.

이날 ‘의료영역에서의 신경과학기술과 규제’를 주제로 강연한 박정연 교수는 “규제는 기본적으로 국가가 개입해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지만 특정 분야를 지원하는 것도 있다”며 “신경과학 영역에서는 이 양면성이 두드러지다 보니 규제의 불명확성을 해소하는 것이 산업화를 지원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경과학기술에 AI(인공지능) 같은 첨단 IT(정보기술) 기술이 융합하면서 규제가 복잡해지고 그만큼 불명확성이 높아지고 있다. 박 교수는 “편익, 위험에 대한 관리 가능성을 고려해 규제를 정립해야 한다”고 했다.

박정연 교수에 따르면 의료영역에서 신경과학기술 규제는 안전성과 유연성, 두 가지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박 교수는 “윤리적 정당성에 대한 고려도 충족해야 한다”며 “나아가 의료법, 국민건강보험을 기본으로 한 사회보장체계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기기는 등급별에 따라 인허가 규제가 있다. 현재 신경과학기술을 기반한 의료기기는 진료용 기구, 의료용 자기발생기 등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의료기기 품질관리 심사(GMP), 기술문서 임상시험계획심사 등 승인되기까지 거쳐야 하는 절차가 많다. 물론 인허가가 된다고 해서 규제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사후안전관리에 대한 규제도 있다. 시판 후 조사나 회수, 추적관리가 필요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인허가 단계에서는 안전성, 효과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다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시판 후 조사를 통해 근거를 밝히고 규제에 반영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처럼 장치를 이식해야 하는 경우 부작용에 대한 추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혁신의료기술평가, 제한적 의료기술평가,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제도 등을 통해 새로 개발한 의료기기를 의료 현장에서 하루 빨리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박 교수는 “하지만 제도가 인정하는 범위가 제한적이고 요건이 엄격하다는 한계가 있다”며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는 못하며 중복 규제라는 비판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경과학기술만을 위한 국제 표준은 아직 없다. 다만 최근 국제사회에서도 의료영역 분야 신경과학기술 규제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네스코 등에서 권고안이 나오고 있다. 박 교수는 “언젠가는 목소리를 내는 수준을 넘어 이것에 대한 법제화나 글로벌 규제 문제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한국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이 이슈를 국제적으로 끌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 불명확성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가이드라인이나 국제 표준을 만드는 데 연구개발자와 규제 기관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