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5N1 조류인플루엔자 모형도. 파란색은 숙주 세포에 결합하는 헤마글루티닌 단백질, 주황색은 증식 후 숙주세포를 뚫는 뉴라미니디아제 단백질이다./NIAID

캐나다에서 10대가 고병원성(H5N1)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했다. 올해 미국에서 젖소를 통해 감염된 사례가 잇따라 나왔지만, 인근국인 캐나다에서 감염 환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캐나다 10대에 감염된 바이러스는 이전과 다른 돌연변이를 갖고 있어 사람 사이에 퍼질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미국 의료전문지인 스탯(STAT)은 18일(현지 시각) “과학자들이 캐나다 10대를 감염시킨 H5N1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유전자 서열은 사람들을 쉽게 감염시킬 수 있는 돌연변이 변화를 겪었음을 보여 준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캐나다 바이러스서 유전자 변이 확인

H5N1 바이러스는 인체 감염 위험이 가장 큰 조류인플루엔자인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변이종이다. 표면에 있는 헤마글루티닌(HA)과 뉴라미니디아제(NA) 단백질이 각각 5형, 1형이어서 H5N1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HA는 바이러스가 사람 호흡기 세포에 달라붙는 열쇠 역할을 하며, NA는 증식 후 세포를 뚫고 나오게 해준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정부는 지난 9일 10대가 H5N1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이 10대 감염 환자는 8일 병원에 입원해 현재 중태에 빠져 있다. 다른 사람을 감염시켰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알려졌다. 캐나다 감염 사례는 미국과 달랐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 H5N1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53건 발생했다. 이 중 1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낙농업 종사자나 감염된 가금류 살처분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이었다. 모두 결막염 같은 가벼운 질병이나 가벼운 호흡기 증상을 경험했으며, 입원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증상을 보인 사람은 없었다.

과학자들은 캐나다 10대에 감염된 바이러스가 이전과 달랐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의 스콧 헨슬리(Scott Hensley) 교수는 지난 주말 동안 소셜미디어에 H5N1의 유전자 서열이 바이러스 표면의 헤마글루티닌의 주요 돌연변이 변화를 보여 주었다고 했다. 바이러스 유전자의 염기서열 정보는 캐나다 공중보건국의 공개 데이터베이스에 올랐다.

H5N1 바이러스의 헤마글루티닌은 알파 2-3이라는 수용체를 가진 세포에 결합한다. 바이러스가 이 수용체라는 문에 열쇠를 꽂는 셈이다. 알파 2-3 수용체는 야생 조류와 농장의 가금류에 풍부하다. 그래서 바이러스가 조류인플루엔자를 퍼뜨린다. 같은 수용체는 사람의 눈 주변 조직인 결막과 상기도에도 있다.

반면 사람의 폐에 있는 세포 수용체는 알파 2-6이다. 바이러스가 폐 세포에서 증식하고 나중에 침방울을 통해 사람 사이에 쉽게 퍼지려면 사람 폐에 있는 수용체에 부착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캐나다 10대에 감염된 바이러스에서 발견된 두 가지 돌연변이가 이처럼 열쇠를 꽂는 문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다.

미국 프레드 허친슨 암 센터의 진화 바이러스학자인 제시 블룸(Jesse Bloom) 박사는 “(돌연변이가 발생한) 두 부위는 결합 특이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헨슬리 교수는 “독감 바이러스학자 10명 중 10명이 의심의 여지가 없이 이러한 치환이 특정 수용체와 효과적으로 결합하는 데 중요하다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표면의 헤마글루티닌과 뉴라미니디아제 단백질 정류로 분류한다. 주로 새에 감염되는 H5N1 바이러스가 포유류로 퍼지면 인간 사이에 감염이 되는 새로운 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조선DB

◇바이러스가 출입문 바꾸면 숙주 교체 가능

캐나다 10대에 감염한 H5N1 바이러스는 미국의 젖소에 퍼진 것과 다른 하부 집단에서 유래했다. 젖소 바이러스는 유전자형 B3.13이지만, 캐나다 10대 청소년은 야생 조류에서 순환하는 D1.1 유전자형의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미국 테네시주 세인트 주드 아동연구병원에 있는 세계보건기구(WHO) 동물인플루엔자생태학 연구협력센터의 리처드 웹비(Richard Webby) 소장은 D1.1형 바이러스가 특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H5N1 바이러스는 젖소의 바이러스와 다른 뉴라미니디아제 유전자가 있었다. 이런 변화는 헤마글루티닌의 돌연변이를 유도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두 곳에서 모두 변이가 발생하면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사람의 폐 세포에 결합해 침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H5N1 바이러스가 유전자 돌연변이를 통해 사람들을 쉽게 감염시킬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하면 감염병 대유행(팬데믹)을 일으킬 수도 있다. 원래 바이러스는 숙주를 여럿 감염시키며 헤마글루티닌과 뉴라미니디아제 두 단백질의 형태를 바꾸는 쪽으로 진화한다. WHO에 따르면 H5N1 바이러스는 2003년부터 유행해 올 9월까지 464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참고 자료

British Columbia, https://news.gov.bc.ca/releases/2024HLTH0152-001583

CDC, https://www.cdc.gov/bird-flu/situation-summary/index.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