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원인이 다양하지만 증상은 다 비슷해 어떻게 걸렸는지 진단하기 어렵다. 인공지능(AI)이 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떠올랐다. AI는 수만명의 의료정보를 학습해 치매 진단도가 의사보다 훨씬 정확했다.
최근 미국 연구진이 환자의 임상 데이터만으로 치매 10가지 유형을 진단하는 인공지능(AI)을 개발했다. 환자 5만여 명의 데이터를 학습해, 진단 정확도가 96%에 이른다.
비자야 콜라찰라마(Vijaya Kolachalama) 미국 보스턴대 의대 교수는 “환자의 임상 데이터만으로 치매 10가지 유형을 진단하는 인공지능(AI)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진단 정확도가 96%에 이른다.
치매는 후천적으로 기억과 언어, 판단력 등 인지 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증상이다. 전 세계에서 치매로 진단받는 환자는 매년 1000만명이 넘는다.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질환은 알츠하이머병이다. 이 병은 뇌세포 안팎에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쌓이면서 뇌세포를 파괴해 생긴다. 이 두 가지 단백질은 원래 원래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형태를 유지하는 단백질이지만, 덩어리를 이루면 오히려 신경세포에 손상을 주고 인지 기능에 손상을 준다.
연구진은 치매 환자 5만1269명의 임상 정보를 AI에게 학습시켰다. AI가 학습한 정보는 나이와 성별·인종 등 인구통계학적 정보와 개인·가족의 병력, 약물 사용 정보, 인지 기능을 보여주는 신경심리학적 평가 결과, 일상생활의 기능적 평가, 그리고 자기공명영상(MRI)과 컴퓨터단층촬영(CT) 이미지 등이다.
시험 결과 AI는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 파킨슨병 관련 치매, 알코올성 치매 등 10가지 치매 유형을 96% 정확도로 진단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신경과 의사가 치매를 진단하는 정확도가 약 70%”라며 “이 AI가 그 정확도를 26%나 높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AI는 두 가지 이상 원인으로 인한 혼합성 치매를 진단하는 정확도도 78%로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의사가 환자의 치매 유형을 진단하는 데 AI가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새로 개발한 치매 약의 효과를 검증하는 데에도 쓸 수 있다. 물론 실제 임상에서 적용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콜라찰라마 교수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에 개발한 AI는 정확한 판단을 흐릴 수 있는 복잡한 증상들을 분석해 치매를 훨씬 더 정확하게 진단한다”며 “전 세계적으로 치매 환자가 늘어나고 신경과 전문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신경과 전문의를 쉽게 만날 수 없는 환경에 놓인 환자들이 AI로 치매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사람 의사가 볼 때보다 조기에 치매를 판단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했다.
현재 콜라찰라마 교수팀은 알츠하이머병에 집중 연구하고 있다. 초기 신경학적 징후를 식별해 조기 진단이 가능한 AI를 개발 중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전 세계 치매 환자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콜라찰라마 교수에 따르면 AI는 치매를 넘어 심혈관 질환, 암과 정신질환 진단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그는 “AI는 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환자를 신속하게 분류하고, 개인 맞춤형 치료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의학을 혁신할 것”이라며 “의사를 대체하기보다는 의사가 제한된 임상 정보만으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법을 결정할 수 있도록 도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 7월 4일자에 실렸다.
참고 자료
Nature Medicine(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91-024-03118-z
Nature(2024),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4-02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