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케이메디인포((주)디메인) 이동균 대표가 스마트ENR의 4년 전 초기 서비스 데이터베이스 기획 구조도 액자를 배경으로 최근 개발된 수출용 스마트ENR 화면을 설명하며 인터뷰하고 있다. /조선비즈

간호사가 환자 증상이나 투약 정보를 잘 기록하지 못하면 의료 사고와 직결될 수 있다. 실제 2021년 한 지역 대학병원에서 약물을 과다 투여해 13개월 영아가 숨지자, 이를 은폐하려 의료 기록지를 허위 작성해 간호사 3명이 징역형을 받은 사건도 있다.

이런 사고를 막으려면 미리 교육 과정에서 의료 정보 기록에 익숙해져야 한다. 하지만 대학병원에서 쓰는 전자간호기록시스템(ENR)은 기격이 수억원대에 이르는 데다 정보 보안 문제로 인해 간호대학에서 제대로 교육하지 못하고 있다.

종합병원 신경외과 간호사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 간호정보스타트업 디케이메디인포(이하 디메인)를 창업했다. 이동균 디메인 대표는 지난 23일 조선비즈 인터뷰에서 ”지난해 ‘스마트널스ENR’을 출시했다”며 “아시아 국가 중에서 처음 개발해 출시한 간호대학 실습용 ENR”이라고 소개했다.

스마트널스ENR은 실제 병원에서 쓰는 전자기록 업무를 실습할 수 있도록 교육용으로 개발한 클라우드(가상서버) 기반 ENR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해 지금까지 가입자 수기 2만5000명을 돌파했다. 서울대 간호대, 국군간호사관학교 등 국내 간호대학 60여곳이 이를 활용해 수업하고 있다.

스마트널스ENR은 미국과 일본, 대만, 베트남, 중동 등 해외로도 진출했다. 스마트널스ENR(수출명 SmartENR)은 올해 5월 대만 소재 간호대학에 처음 수출됐으며, 지난 7월에는 아랍에미리트 간호대학과도 1만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 대표는 “미국, 대만, 몽골, 두바이, 베트남 등의 간호대학들과 스마트널스 공급 계약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처음부터 수출을 염두에 두고 한국어판뿐 아니라 영어, 일어, 베트남어 버전으로도 개발했다”고 말했다.

디케이메디인포의 생성형 AI 기반 간호기록 자동화 시스템 '스마트ENR AI버전' 예. /시연 컴퓨터 화면 캡처

디메인은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간호사의 기록 업무를 간소화할 수 있는 병원용 간호기록 자동화 시스템 ‘스마트ENR AI버전’도 개발해 기능을 고도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챗GPT를 개발한 미국 오픈AI는 올해 디메인을 함께 협업할 스타트업으로 선정했다.

이 대표는 “현재 스마트널스ENR을 이용하며 쌓고 있는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자동 생성형 AI ENR을 개발하려는 것”이라며 “간호사가 일일이 반복적으로 기록하는 간호 데이터를 AI가 자동으로 입력하면 업무 부담을 크게 덜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간호사의 간호기록 업무가 전체 간호사 업무 시간 중 차지하는 비중이 35.3%로 가장 많다. 집중치료실(ICU) 간호사는 12시간 교대 근무 당 평균 633개~689개의 수동 데이터를 입력해야 한다. 이 대표는 “간호사가 기록 업무에 치여 환자와 눈을 마주치고 대화하는 게 어려운 현실”이라며 “이런 부담을 AI 기술이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디메인이 서울대 간호과학연구소, 아주대 간호과학연구소와 함께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ENR AI버전을 사용하면 환자 1명당 간호사의 의료 기록 업무 시간이 절반 이상 줄었다. 디메인은 공동 연구에 참여한 간호사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텍스트뿐 아니라 음성 데이터를 자동화할 수 있도록 생성형 AI를 개발 중이다.

이 대표는 “간호사의 음성을 인식해 AI가 자동으로 기록하는 시대가 머지않아 올 것”이라며 “간호사들이 업무 부담으로 인해 퇴사하는 사례를 줄이고, 환자에게 높은 질의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