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포항공과대)과 가톨릭의대가 바이오산업 성장을 위해 미래를 약속했다. 두 대학은 공동연구소를 설립해 지난 20년간 국내 바이오기술 연구개발(R&D)과 산업 성장을 위해 협업했다. 포스텍과 가톨릭의대 연구자들은 면역조절 치료제와 줄기세포 치료제는 물론, 인공지능(AI) 의료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의료기술을 개발했다.
포스텍과 가톨릭의대의 공동연구소 ‘포스텍-가톨릭대 의생명공학연구원(포가연구원)’은 1일 오후 1시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성의교정에서 의생명공학연구원 설립 2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포스텍과 가톨릭의대는 공학 기술과 임상 능력을 합치기 위해 2005년 포가연구원을 설립했다. 국내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대학 간 공동연구기관이다. 포가연구원은 연구 협력 효과를 높이기 위해 2008년 가톨릭의대 건물인 성의회관에 자리 잡았다. 구성원은 전임교원 67명, 비전임교원 27명, 연구원 191명, 행정인력 3명으로 모두 285명이다.
포스텍과 가톨릭의대 연구진은 1990년대부터 활발히 교류했다. 윤승규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포스텍 생명과학과의 장승기 교수, 성영철 교수와 함께 면역학 연구를 진행하면서 서울과 포항을 많이 오가다 보니 서울에 연구소를 세우자는 제안이 나왔다”며 “이후 주기적으로 세미나와 논의를 거쳐 좋은 연구결과를 보여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포가연구원은 국내에서 선도적인 의료기술을 많이 개발했다. 바이오 3D(입체) 프린팅을 이용해 죽은 심장 세포를 재생시키는 줄기세포 치료기술, AI로 음성신호를 분석해 후두암을 진단하는 기술 모두 포가연구원에서 나온 것이다. 포가연구원 연구팀이 개발한 인간 신장과 매우 비슷한 신장 오가노이드(미니 장기) 기술은 2022년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발표됐다.
조동우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는 포가연구원에서 바이오 프린팅으로 인공조직을 출력하고, 임상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당뇨 치료제와 합병증을 연구할 수 있는 바이오 프린팅 기반 다중 장기 칩을 개발해 2형 당뇨의 병리 환경을 동일하게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장기 칩은 플라스틱 기판에 체액이나 혈액이 오가는 미세 회로를 만들고 그 안에 장기 세포를 넣은 것이다. 조 교수는 “바이오 프린팅으로 인공 조직을 만들고 임상 연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포가연구원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포가연구원에서 개발한 선도적인 기술들은 바이오 기업들로 발전했다. 성영철 포스텍 교수는 포가연구원 공동연구를 통해 제넥신(095700)과 프로젠, 에스엘바이젠을 창업했다. 프로젠은 지난 4월 유한양행(000100)과공동연구개발 협약을 맺고 이중항체 면역항암제와 비만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300억원 투자도 받았다. 조동우 교수도 바이오 프린팅 기술을 가지고 바이오텍 티앤알바이오팹(246710)을 세웠다.
김철홍 포스텍 IT융합공학과 교수는 “포가연구원은 연구 과제와 장비, 공간, 인큐베이팅(기업 보육)까지 지원한다”면서도 “지난 20년도 성공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앞으로도 생존해야 할 부분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국가 과제보다는 스타트업들이 더 번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