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비만약’ 위고비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 용량을 늘렸다가 급성 췌장염으로 사망한 환자가 나왔다.
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SCI)급 국제학술지 ‘큐리어스’에 따르면 미국 코네티컷대 파밍턴캠퍼스 내과 연구진이 4년간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한 남성이 투여량을 늘렸다가 급성 췌장염으로 숨진 사례를 소개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9월 19일 실렸다.
이 환자는 제2형 당뇨병과 심방세동, 관상동맥질환을 앓고 있는 비만 환자였다. 당시 심한 상복부 통증을 호소하며 중증 췌장염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검사 결과 중성지방과 칼슘 수치는 정상이었고, 복부 초음파에서도 별다른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사망했다.
이 환자는 당뇨병 진단을 받은 뒤 4년 전부터 세마글루타이드를 주당 0.25㎎씩 투여해왔다. 최근에는 투여량을 2배인 0.5㎎로 늘렸다가 심한 구토와 메스꺼움, 변비 등 부작용을 겪었다. 결국 투여량을 다시 0.25㎎로 줄였다. 연구진은 “환자가 고용량 세마글루타이드를 견디지 못해 급성 췌장염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운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만큼 이 약물에 의한 췌장염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큐리어스에 실린 연구 결과에는 세마글루타이드 사용으로 인한 급성 췌장염 사례가 추가로 소개됐다. 2개월 동안 세마글루타이드를 복용한 61세 당뇨병 환자가 심한 상복부 통증을 호소한 뒤 급성 췌장염 진단을 받았다. 또 12주 전부터 세마글루타이드로 비만 치료를 시작한 51세 여성은 상복부 통증과 구토 증상을 호소했으며 급성 괴사성 췌장염으로 진단됐다.
위고비는 GLP-1 호르몬을 흉내 내 혈당을 낮추고 체중을 감량하는 효과를 내는 GLP-1 유사체 계열 약물이다. 원래 당뇨병약(오젬픽)으로 개발됐다가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되면서 비만약으로 재탄생했다.
위고비는 지난 15일부터 국내에도 출시됐다.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30 이상인 고도비만이나 27~30이면서 고혈압, 당뇨병이 있는 환자에게만 처방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 약이 두통, 변비, 급성췌장염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며 신중한 사용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