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연구진이 한국인의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해 근육량 증가는 치매 위험을 줄이고, 지방량 증가는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단순히 체중 감량 만으로는 치매 위험을 줄이지 못한다는 뜻이다./픽사베이

국내 연구진이 한국인의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해 근육량 증가는 치매 위험을 줄이고, 지방량 증가는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단순히 체중 감량 만으로는 치매 위험을 줄이지 못한다는 뜻이다.

서울대병원은 김성민 융합의학과 연구교수와 박상민 가정의학과 교수 연구진이 2009~2010년과 2011~2012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1321만5208명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성별, 연령에 따른 체성분 변화와 치매 위험 간 상관관계를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알아냈다고 30일 밝혔다.

치매는 기억력, 인지능력, 의사결정능력 등 정신적 기능을 저하하는 대표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전 세계에 5500만명 이상 환자가 있으며 매년 약 1000만명 이상이 새로 진단받고 있다. 치매를 유발하는 위험 요인으로 비만이 알려져 있지만, 연구 결과에 따라 비만과 치매 간 상관관계는 일관되지 않게 나타났었다.

연구진은 비만 척도로 흔히 쓰이는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는 체내 근육량과 지방량을 구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음에 주목해, 지방과 근육량을 포함한 체성분과 치매 위험 간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또한 연구진은 성별, 연령에 따라 근육량과 지방량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고려했다.

연구팀은 기존의 BMI 외에도 제지방량(지방을 제외한 몸 전체 무게)과 사지근육량, 체지방량 등을 분석해 근육량과 지방량이 치매 발생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약 8년간 추적관찰했다.

그 결과 근육량이 증가할수록 남성과 여성 모두 치매 발생 위험이 크게 감소했다. 남성의 경우 제지방량이 1㎏/㎡ 증가할 때 치매 위험이 15% 감소했으며, 여성은 31% 감소했다. 사지근육량이 1㎏/㎡ 증가할 때 남성은 30%, 여성은 41%까지 치매 위험이 감소했다.

반면 지방량의 증가는 치매 위험을 크게 높였다. 체지방량이 1㎏/㎡ 증가할 때 남성은 치매 위험이 19%, 여성은 53%까지 증가했다. 이러한 경향은 나이, 성별, 기존 체중, 체중 변화와 관계없이 모두 일관되게 나타났다.

또한 60세 미만의 연령층에서 근육량과 지방량 변화가 60세 이상보다 치매 위험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젊은 시기부터 근육량을 늘리고 지방량을 줄이는 것이 노년기 치매 예방에 효과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상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근육량 증가와 지방량 감소가 치매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줬다”며 “단순히 체중 변화만 고려하기보다 체성분 관리가 치매 예방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김성민 연구교수는 “이번 연구는 장기적인 치매 예방을 위해 젊은 시기부터 체성분을 관리하는 것의 중요성을 구체적으로 밝힌 대규모 연구”라며 “젊은 때부터 근육량을 늘리고 지방량을 줄이는 관리가 노년기 치매 위험을 낮추는 데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신경과학회 ‘임상·중개신경학회지’ 8월호에 게재됐다.

김성민 융합의학과 교수(왼쪽)와 박상민 가정의학과 교수./서울대병원

참고 자료

Annals of Clinical and Translational Neurology(2024), DOI: https://doi.org/10.1002/acn3.520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