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으로 인해 전국 응급실 운영이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월 12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 의료진 인력부족 관련 안내문이 띄워져 있다./연합뉴스

의대 교수 열 명 중 아홉 명은 정부의 의대생 휴학 불허와 교육 과정 단축과 같은 정책을 대학 자율성을 침해하는 과도한 간섭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26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전국 40개 의대 교수 3077명을 대상으로 지난 25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부가 의대생들의 휴학을 불허한 것에 대해 교수들의 98.7%가 ‘대학 자율성을 침해하는 잘못된 조치’라고 응답했다. 반면 ‘필요한 조치다’라고 답한 교수는 불과 0.5%에 그쳤다.

의대 교육 기간을 기존 6년에서 5년으로 단축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부 방침에 대해서도 교수들의 97.8%가 ‘의학교육 수준을 떨어뜨리는 조치’라며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특히 교육부가 각 대학에 구체적인 학칙 개정을 지시하는 것에 대해 교수 98.9%는 ‘대학 구성원이 학칙을 자율적으로 정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대학 내에서의 자율적인 학칙 제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한 것이다.

의학교육 평가·인증과 관련한 교육부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서도 교수들 96.5%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역할을 무력화시키는 시도이므로 철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입법 예고한 이 개정안에는 대규모 재난 상황으로 의대의 학사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경우 의평원의 불인증을 받기 전에 1년 이상의 보완 기간을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교수들의 89.8%는 ‘현재 의료 상황이 계속될 경우 2025년도 대입 전형의 면접관 등으로 참여할 여력이 없다’고 답했다.

전의교협과 전의비는 “정부는 교육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조치들을 중지해야 한다”며 “의대생 휴학 승인, 의평원 관련 시행령 개정안 철회는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선결 조건이 아닌 마땅히 시행돼야 할 조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