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운영 중인 스타트업 닥터나우의 의약품 도매사업이 국회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의약품 유통사업 자회사 비진약품을 설립했다.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정진웅 닥터나우 대표를 오는 23일 열리는 종합 국정감사 증인으로 의결했다. 복지위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닥터나우가 의약품 도매업체를 설립한 뒤 제휴 약국에 혜택을 제공해 현행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위법 논란이 불거진 비진약품은 의약품 도매업체 5곳과 협약을 맺고 제휴 약국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이른바 ‘도도매’ 형식의 사업이다. 약국이 비진약품의 100만원 상당 의약품 필수패키지를 한 번 구매하면, 닥터나우의 제휴 약국인 ‘나우약국’의 재고 관리시스템과 연계된다. 재고관리시스템으로 환자가 처방받은 약을 모두 보유한 것으로 확인되면 앱(app·응용프로그램)에 ‘조제 확실’이 노출되는 방식이다.

그래픽=손민균

◇제휴 약국 표시로 처방 유인… “약국 뺑뺑이 막으려”

김윤 의원실은 닥터나우가 앱에서 제휴 약국에 ‘나우약국’과 ‘조제 확실’이라는 배지를 부여해 특정 약국에 처방을 유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환자가 비진약품과 거래하는 약국에 접근하기 쉽도록 혜택을 줬다는 설명이다. 김 의원실은 “특정 약국에 처방을 유인하는 행위가 불공정 거래”라며 “특수 관계에 놓여있는 자와 의약품 거래를 제한하는 약사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닥터나우는 “약 배송이 제한된 비대면 진료 체계에서 환자에게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비진약품 사업을 시작했다”고 해명했다. 약국별로 보유한 의약품이 달라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환자들이 조제 거부나 불친절한 응대를 경험하는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모든 약국의 의약품 재고를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제휴 약국에 의약품을 공급하고 재고 수량을 파악하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닥터나우는 제휴과 관계없이 모든 약국의 앱 내 노출에는 차별이 없다고 해명했다. 환자들이 약국을 찾을 때 참고하는 후기가 같은 조건으로 제공되고, 조제 이력을 통해 조제 가능성이 표시된다. 환자가 앱에 설정하는 정렬 기준도 모든 약국이 똑같이 적용된다. 닥터나우는 제휴 여부와 재고 연동에 따른 기본정보만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재고는 나우약국만 파악이 가능한 만큼 조제확실 여부는 나우약국에만 나타난다.

그래픽=손민균

◇“신종 리베이트” vs “매출 2억원 불과”

김 의원은 비진약품 사업을 두고 신종 리베이트가 우려된다고도 지적했다. 나우약국 가입에 필요한 의약품 필수패키지에 셀트리온제약(068760) 제품이 많이 포함돼 리베이트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필수패키지를 구성하는 의약품 29개 중 셀트리온제약 제품은 13개다. 비율로 따지면 48.2%를 차지한다.

닥터나우는 “협력하는 도매업체들이 선호하는 제품에 대한 의견을 취합해 패키지를 구성한 결과 셀트리온제품이 다수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비진약품은 의약품 총 90개를 취급한다. 전체 취급의약품으로 넓혀보면 셀트리온제약 제품 비중은 15.2% 정도다. 필수패키지는 전체 비대면 진료의 30~40%를 처방할 수 있을 정도로 자주 사용되는 성분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필수패키지에 포함된 셀트리온제약 제품은 모두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는다.

약국은 필수패키지를 한 번만 구입하면 나우약국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다. 남은 의약품은 낱알로 환불할 수 있다. 현재 닥터나우 제휴 약국은 210여 곳으로, 단순 계산했을 때 필수패키지로 올린 매출은 2억1000만원 정도다. 도도매 형식이라는 점과 매출이 모두 이익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리베이트라고 하기엔 경제적 실익이 크지 않은 셈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지난해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보건복지부

◇문제는 비대면 진료의 ‘약 배송 제한’

비대면 진료는 의료대란 국면에서 항상 대안으로 꼽혔다. 비대면 진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기간 한시적으로 허용됐지만, 의정갈등으로 의료공백이 발생하면서 지난 2월 전면 허용됐다. 닥터나우는 의약계 반대로 비대면 진료 사업이 활성화되지 못하면서 경영에 부침을 겪었다. 비대면 진료가 전면 허용되기 전 닥터나우는 전체 인력이 1년 전의 50% 수준으로 줄었다.

비대면 진료가 전면 허용됐지만, 여전히 약 배송은 불가능한 상태다. 현재는 화상이나 통화로 진료를 받은 뒤 환자가 직접 약국을 방문해 의약품을 수령해야 한다. 의약계는 약 배송을 허용할 경우 특정 약국에 처방이 몰리거나 의약품이 잘못 배송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반대했다.

하지만 약 배송이 금지돼 의료 접근성을 개선하려는 비대면 진료의 목적도 퇴색된다는 반론도 나왔다. 한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달 ‘서비스 산업 활성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하면서 “비대면 진료 뒤 대면으로 약품을 받을 수밖에 없어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운 환자나 휴일·야간 이용자의 불편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 독일, 일본이 포함된 주요 7개국(G7)은 모두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을 허용하고 있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김 의원실이 닥터나우를 상대로 지적한 부분과 관련해 공정거래법과 약사법 위반을 유권 해석 중이다. 약사법은 복지부 약무정책과가, 공정거래법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담당했다. 박준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서기관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서 위반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며 “종합감사인 오는 23일 전에는 결론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