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암병동 2층 위암센터 앞에서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조연우 기자

올해 상반기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소위 ‘빅(Big)4 병원’의 적자 규모가 213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대병원은 1627억9000만원, 서울아산병원은 216억원, 세브란스병원은 160억3000만원, 서울성모병원은 130억9000만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작년 상반기 서울대병원은 1111억6000만원 손실을 봤는데 올해 적자 규모가 더 커졌다. 또 서울아산병원은 749억원, 세브란스병원 737억1000만원, 서울성모병원은 175억9000만원의 순이익을 각각 냈는데 올해는 적자로 돌아섰다.

병상 수가 많으면서 전공의 의존도가 높았던 대형 병원들의 타격이 더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요 사립대병원 24곳 중 20곳(83%)의 경영 실적이 전년보다 악화했다. 작년 상반기엔 평균 70억원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올 상반기엔 이익이 104억원 줄어 평균 34억원씩 순손실을 기록했다. 24곳 중 절반(12곳)은 올해 적자로 전환됐다.

국립대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대병원 등 주요 국립대 병원 12곳의 작년 상반기 순손실은 평균 86억원이었지만, 올해는 278억원으로 손실 규모가 커졌다.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의 이익은 각각 516억원, 727억원 감소했다. 부산대병원·충북대병원 이익은 200억원 넘게 줄었다. 화순전남대병원은 유일하게 10억8000만원의 흑자를 기록했으나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당기 순손실이 116억1000만원 증가했다.

의료계에선 “병원들이 적립해 둔 ‘고유 목적 사업 준비금’을 인건비로 쓸 수 있도록 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유 목적 사업 준비금은 병원이 미래에 투자할 목적으로 저축해두는 돈이다. 일정액을 과세 대상 소득에서 제외해 주는 세제 혜택이 있다. 이 준비금은 주로 병원 증축 같은 설비 투자에 쓰인다. 인건비로 사용할 경우 ‘용도 외 사용’으로 간주해 앞서 감면받았던 법인세에 이자까지 내야 한다. 올 상반기 기준 사립대 병원 18곳은 평균 648억원의 고유 목적 사업 준비금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적립금이 가장 많은 병원 세브란스병원으로 5551억5000만원, 영남대병원 1757억8000만원, 순천향대천안병원 828억3000만원, 건국대병원 707억400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앙대병원은 올해 상반기 그간 적립했던 고유 목적 사업 준비금 149억원을 모두 소진했다. 국공립대병원 중에서는 분당서울대병원이 2717억원, 서울대병원이 1939억원을 적립했다. 전남대병원은 지난해와 동일한 350억원을 적립했다. 한지아 의원은 “경영 상황이 정상화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각 병원이 고유 목적 사업 준비금을 인건비 등으로 쓸 수 있도록 법인세법 시행령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