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이 줄기세포로 만든 조직을 이식해 제1형 당뇨병을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증상을 낮추는 데 그쳤던 당뇨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데 한 걸음 다가선 셈이다. /픽사베이

과학자들이 줄기세포로 만든 조직을 이식해 제1형 당뇨병을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증상을 낮추는 데 그쳤던 당뇨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데 한 걸음 다가섰다.

중국 베이징대와 난카이대 공동 연구진은 지난 26일 국제 학술지 ‘셀’에 “지난해 6월 톈진에 사는 25세 환자에게 줄기세포를 이식해 1년 동안 문제 없이 제1형 당뇨병을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제1형 당뇨병은 자가면역으로 인해 췌장이 혈당 조절 호르몬인 인슐린을 제대로 분비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연구진은 환자의 췌도에서 추출한 세포에 화학물질을 처리해 원시세포인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로 만들었다. 이 세포를 분화시켜 췌도 세포 150만 개로 이뤄진 입체 조직을 만들어 다시 환자의 복부에 이식했다. 원래 간에 이식을 해야 하는데 이식한 조직을 관찰하고 부작용이 있을 시 제거하기 쉽도록 복부에 이식했다.

이 환자는 이식 75일째부터 췌도에서 스스로 인슐린을 만들기 시작했다. 1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별다른 부작용 없이 혈당을 잘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 혈당 수치를 유지하는 시간이 하루 중 98%에 이른다. 그는 네이처지에 “이제 설탕이 든 것을 비롯해 모든 음식을 즐겨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제이 스카일러(Jay Skyler) 미국 마이애미대 의대 교수는 네이처에 “이런 임상시험을 더 많이 시행해 정말 당뇨병 치료에 효과적인지 확인해봐야 한다”며 “해당 환자가 이식 후 5년까지도 인슐린을 정상적으로 분비되는 것을 확인해야 만 ‘당뇨병을 완치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는 줄기세포 이식으로 인한 부작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다른 질환 때문에 면역억제제를 투여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연구진은 “제1형 당뇨병의 특성상 면역계가 이식한 조직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이 일어날 수 있다”며 “자가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줄기세포를 개발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연구진은 지난 4월 제2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59세 환자에게도 자가 줄기세포로 만든 췌도 조직을 이식해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제2형 당뇨병은 인슐린이 분비되더라도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 질환이다. 이 환자 역시 이식한 후 인슐린 복용을 중단했다.

이전까지 의학계는 다른 사람의 췌장을 이식해 당뇨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연구해왔다. 하지만 전 세계 당뇨병 환자가 약 5억명이나 되지만 췌장 기증자가 충분치 않다는 문제가 있었다. 또한 다른 사람의 췌장을 이식했을 때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한계도 있었다.

네이처에 따르면 줄기세포는 모든 신체 조직으로 만들 수 있으며 실험실에서 무한정 배양할 수 있어 이론상 췌장 조직을 무한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 환자가 자기 세포로 만든 조직을 이식받으면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날 위험도 다소 줄어든다.과학자들은 다른 사람의 배아줄기세포나 성체줄기세포를 역분화시킨 iPS세포로 췌도 조직을 만들어 이식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도 줄기세포로 만든 췌도를 당뇨병 환자에게 이식하는 연구가 진행됐다.

미국 생명공학기업인 버텍스 파마슈티컬(Vertex Pharmaceuticals) 연구진은 기증자의 배아줄기세포로 만든 췌도 조직을 제1형 당뇨병 환자 12명의 간에 이식했다. 동시에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면역억제제를 투여했다. 지난해 6월 연구진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중 11명이 이식 3개월 만에 정상적으로 인슐린을 분비하기 시작했다. 인슐린을 인위적으로 투여하지 않아도 혈당 조절이 가능해진 셈이다.

연구진은 또한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설계된 줄기세포를 제1형 당뇨병 환자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도 시작했다. 다이스케 야베(Daisuke Yabe) 일본 교토대 당뇨병·내분비·영양학과 교수 연구진 역시 기증자의 유도만능줄기세포로 췌도 조직을 만들어 제1형 당뇨병 환자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첫 번째 이식 수술은 내년 초에 이뤄진다.

참고 자료

Cell(2024), DOI: https://doi.org/10.1016/j.cell.2024.09.004

Cell Discovery(2024), DOI: https://doi.org/10.1038/s41421-024-00662-3

Diabetes(2023), DOI: https://doi.org/10.2337/db23-83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