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 서울 중구지사 민원실 모습.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을 주는 공단 특사경법 발의가 이어지자, 의사 단체가 “의료인의 목숨을 빼앗는 법”이라고 강력히 규탄하며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법경찰관리 직무를 수행하는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을 비롯한 법안을 철회하고 공단 특사경 시도를 멈출 것을 요구했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건보공단 특사경 관련 법안은 총 4건이 계류 중이다.

특사경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일반 공무원이 검사 지휘를 받고 특정 직무 범위 안에서 수사할 수 있는 조직이다. 건보공단과 보건복지부는 비(非)의료인이 돈벌이를 위해 의료인을 고용하거나 명의를 빌려 만든 사무장병원이나 면허대여약국에 대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며, 특사경 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경찰에 의심 기관을 수사 의뢰할 경우 결과 통보까지 평균 11.5개월이 걸려, 해당 기관들이 폐업한 뒤 잠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보공단과 복지부는 특사경 제도가 도입되면 건보공단의 해당 기관 수사 기간이 약 3개월로 크게 줄어들며, 이를 통해 연간 20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경찰과 의료계는 수사 기관이 아닌 건보공단에 수사권을 주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의협은 여러 번의 성명서를 통해 공단의 강압적인 현지 조사, 공단의 기능 변질 등 특사경 법안의 부작용을 경고하며 반대 의견을 내왔다.

의협은 “특사경 제도를 도입할 경우, 대등해야 하는 보험자와 공급자 관계가 왜곡될 가능성이 높고, 의료기관 대상 조사가 사실상 강제 수사로 변질된다”고 했다. 또, 지난 2016년 공단의 현지 조사로 의사 두 명이 자살한 사건을 언급하며, “공단 특사경법은 의료인 목숨을 빼앗는다”고 지적했다.

사무장병원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 의협은 “공단의 조사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가 의료기관 설립 당시 불법 설립 여부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허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