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기 어렵지만 찌는 건 참 쉽다. 추석 연휴는 달고 기름진 음식이 많아 평소보다 체중 조절이 어렵다. 추석 연휴를 맞아 전문가들이 제안한 체중 조절 식사법과 건강 관리에 유리한 조리법을 정리했다.
요즘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건 식후 혈당 조절이다. 식사를 하면 혈중 당 수치가 오른다. 식후 적절히 오른 혈당은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고 간이나 근육 등에 저장된다. 하지만 그 이상의 과도한 혈당은 지방 형태로 축적돼 비만을 유발한다. 과도한 혈당이 체중 증가를 초래한다.
전문가들은 혈당 조절을 위해 채소와 단백질을 먼저 먹으라고 권했다. 혈당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혈당이 급등하는 ‘혈당 스파이크’가 반복하면서 당뇨병 발생 위험도 커진다. 채소는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크다. 혈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탄수화물은 식사 순서 마지막에 두는 것이다.
이미 당뇨병이 있거나 체중 관리가 필요한 사람은 식재료에 더 신경 써야 한다. 명절에 자주 먹는 떡은 혈당을 빠르게 많이 올리는 음식이다. 쌀밥보다는 잡곡밥이 혈당을 느리게 올린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떡, 빵, 감자 같은 정제 곡물 섭취를 줄이고 녹색 채소와 통곡물 섭취는 늘려야 한다”며 “귀리나 현미처럼 갈지 않은 통곡물, 렌틸, 병아리콩처럼 느리게 흡수되는 복합 탄수화물을 채소와 함께 먹으면 포만감이 오래 가고 혈당 상승 폭도 낮아진다”고 말했다.
이산인군 닥터다이어리 연구소장도 “명절 음식 중 삼색나물과 겨자채를 천천히 섭취하는 것으로 식사를 시작하고, 그 뒤 갈비찜, 생선찜 등 단백질을 김치나 채소 반찬과 곁들여 먹고, 마지막에 전이나 송편, 밥 같은 탄수화물을 조금만 섭취하면 혈당 급상승을 막고 살도 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선우성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칼로리를 조금이라도 더 낮출 수 있는 저열량 조리법을 제안했다. 우선 송편은 깨 대신 콩으로 채우는 것이 좋다. 깨는 지방이 많고, 콩은 단백질이 많다. 깨송편 100g당 칼로리는 224칼로리, 콩송편은 200칼로리 수준이다.
고기도 기름에 볶고 튀긴 것보다 삶아 먹으면 칼로리를 낮출 수 있다. 기름에 볶고 튀기면 고기 재료에 기름 속 지방이 흡수돼 칼로리가 더 높아진다. 식용유는 되도록 트랜스 지방산이 없는 식물성 식용유를 쓸 것을 권했다. 트랜스 지방산은 혈중에 나쁜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저밀도(LDL) 콜레스테롤을 상승시키고 좋은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고밀도(HDL) 콜레스테롤을 감소시켜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높인다.
육류나 채소는 미리 살짝 데친 뒤에, 센 불로 단 시간에 볶으면 기름 흡수율을 좀 더 낮출 수 있다. 탄수화물인 튀김가루·밀가루로 반죽하는 튀김옷도 최대한 얇게 입히고, 음식을 튀긴 후에는 치킨타올을 깐 소쿠리에 두면 흡수된 기름을 좀 더 뺄 수 있다.
명절 연휴 기간 식전, 식후 엘리베이터를 타는 대신 계단 오르기 같이 활동량을 늘리는 것도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된다. 공복 운동은 지방 산화에 훨씬 유리하고, 식후 운동은 혈당과 인슐린 수치 개선에 유리하다. 정희원 교수는 40대 이하 젊은 연령층은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7 대 3 비율로, 50대부터는 근력 운동 비중을 늘려 3 대 7 비율로 꾸준히 운동할 것을 권했다.
선우성 교수는 “운전이나 이동으로 장시간 계속 앉아 있어 장딴지 근육 운동을 할 수 없으면 하체 피 순환이 원활히 되지 않는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틈틈이 휴식을 취하고 스트레칭을 해 혈액이 원활히 순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우 교수는 “과도한 음주와 과식은 건강을 해치고 생체리듬을 깬다”며 “피로하다고 커피나 탄산음료를 많이 마시면 중추신경이 자극돼 피로감이 더해지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