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로이터

지난해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로 전 세계 제약·바이오 업계에 항체-약물접합체(ADC) 돌풍을 일으켰던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일본 다이이찌산쿄가 성공 신화를 이어가는 데 실패했다. 엔허투의 후속 ADC 약물이 임상 3상 시험에서 기존 치료제보다 뛰어난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는 10일(현지 시각)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세계폐암학회(WCLC)에서 “비소세포폐암(小細胞肺癌) 환자를 대상으로 ADC 약물인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Dato-DXd)’의 효능을 평가한 임상 3상 시험에서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나타내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폐암은 암세포의 크기에 따라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구분하는데, 비소세포폐암이 전체 폐암의 70~80%를 차지한다. ADC는 암세포와 결합하는 항체에 약물을 붙여서 정확하게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이다.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은 다이이찌산쿄가 발굴해 아스트라제네카와 공동 개발 중인 ADC 후보물질로, 비소세포폐암의 90% 이상에서 발현되는 단백질인 TROP2를 표적으로 한다. 앞서 두 회사가 개발한 ADC 신약 엔허투의 후속 약물인 만큼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 또한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엔허투는 지난해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기립박수를 받으며 세계 제약·바이오 업계에 ADC 돌풍을 일으켰다.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 시험에서 암의 진행이 멈춘 무진행생존기간(mPFS)이 10.1개월로 나타나 5.4개월을 기록한 대조군보다 2배 길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양사는 이번 3상에서 기존 치료 경험이 있는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600명을 대상으로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과 기존 2차 치료제인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의 항암제인 도세탁셀을 비교 평가했다.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을 투여한 환자군은 1차 평가변수인 전체 생존기간(OS)이 12.9개월로, 도세탁셀 투여군의 11.8개월과 비교했을 때 통계적으로 더 나은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 다포토타맙 데룩스테칸은 하위 그룹인 편평 비소세포폐암 환자군에서도 생존기간 개선을 입증하지 못했다.

다만 비편평 비소세포폐암 환자군에서는 다포토타맙 데룩스테칸 투여군의 총 생존기간이 14.6개월로 나타나, 도세탁셀 투여군의 12.3개월 대비 유의미한 수치를 기록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는 이와 같은 하위 환자 그룹의 임상시험 결과와 지난해 10월 유럽임상종약학회(ESMO)에서 발표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비편평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승인받기 위해 미국과 유럽에 관련 서류를 제출한 상태다.

임상시험을 주도한 제이콥 샌즈 미국 다나-파버 암연구소 박사는 “기존에 치료 받은 이력이 있는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 폐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도세탁셀을 능가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환자들은 약 1년간 생존하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양사는 이번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적응증 확대와 추가 임상시험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