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사직 전공의들을 위한 근골격계 초음파 연수강좌'에서 사직 전공의들이 초음파 진단 실습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내년부터 2030년까지 예산 약 5조원을 투입해 의학교육 여건 개선에 나선다고 발표하자, 대한의사협회가 “비현실적이고 터무니없다”, “사후약방문 정책 추진”이라며 비판 목소리를 냈다.

대한의사협회는 10일 저녁 성명을 내고 “정부 의대 증원 2000명과 예산 5조원 결정은 그 어떤 분석과 근거도 없고, 사회적 합의와 국민의 허락도 전무했다”면서 “이런 예산은 현 의료 사태의 근원이었던 수가 정상화와 지역 의료를 살리는 데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부는 이날 ‘의대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투자 방안’을 발표했다. 의대 증원에 맞춰 2030년까지 2조원을 의대 교육에, 복지부는 3조원을 전공의 수련과 병원 지원에 투입하는 게 주요 골자다. 이를 통해 국립대 교수를 3년간 1000명 늘리고 각 의대가 부족한 카데바(해부용 시신)를 공유하고 지역에 정착하는 의사에게 월 400만원의 수당을 지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의협은 “누가 봐도 대국민 눈속임용 땜질식 지원”이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정부 발표안에 ‘사립의대 교육환경개선 자금 융자(1728억원)’와 같이 국고와 관련 없는 대출금 항목도 포함됐지만, 정작 필요한 의과대학 졸업 후의 내실 있는 전문의 수련을 위한 수련병원의 지원에 대한 항목이 누락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정부가 5조원을 투입한다고 선전하고 있으나 사실상 그 수준을 훨씬 밑도는 예산일 것이고, 터무니없이 작은 규모”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이 의료대란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추진하는 가운데, 정부가 이번 예산 투자 방안을 발표한 것을 두고도 의협은 날을 세웠다. 의협은 “정부가 의료계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무리한 정책을 쭉 밀어붙이고 있는 게 드러났다”며 “정부가 과연 의료계와 대화할 생각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현재 의협은 2025학년도를 포함해 모든 증원을 취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논의가 가능한 2027학년도 의대 정원부터 과학적 추계 방식으로 투명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한편, 이날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부의 지원 의지를 믿고 학생과 전공의들은 조속히 현장에 복귀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