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응급실 운영을 중단한 병원 5곳에 군의관을 긴급 파견했지만, 의료현장에 혼선을 빚으며 위기감이 더 커지고 있다. 의료계는 군의관 250명 중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8명뿐이며, 대부분 응급실 근무를 어려워해 도움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가 군의관을 배치한 첫날부터 병원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정부는 전날 군의관 15명을 비상 운영 중인 강원대병원(5명), 세종충남대병원(2명), 이대목동병원(3명), 충북대병원(2명), 아주대병원(3명)에 우선 투입했는데, 이대목동병원은 응급실 근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군의관 3명을 기존 근무지로 복귀시켰다.
세종충남대병원도 같은 이유로 군의관 2명에 대해 교체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대병원에 투입된 군의관은 5명 중 4명이 출근하지 않았다.
응급의학과 출신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충북대병원에 파견된 응급의학과 전문의 출신 군의관 2명이 응급실 근무에 부담을 느껴 응급실 대신 중환자실에 배치됐다. 이들 군의관은 전날 사전교육 과정에서 중증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데 부담감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군의관은 응급의학과 전문의이지만 이제 막 전공의 과정을 마쳐 임상경험이 많지 않다”며 “중환자실에서 진료 경험을 쌓은 뒤 추후 응급실에 배치될 수 있도록 병원 측과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 공백은 이어졌다. 전날 오전 전남 광주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20대 대학생이 100m 떨어진 조선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수용을 거부당한 뒤 의식불명에 빠졌다. 당시 이 병원 응급실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저녁 9시쯤 충북 청주시 한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70대가 대형 버스에 치여 충북대병원을 비롯한 인근 대학병원에 이송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대부분 마취 전문의가 수술 중이거나 해당 과에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환자는 결국 종합병원인 청주 효성병원에서 사고 40여분 만에 수혈 등 응급조치를 받은 뒤 다른 병원을 찾았다.
군의관 파견에도 응급실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군의관이 추가 투입되면 상황이 일부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9일 군의관·공공보건의사 235명이 현장에 추가로 배치될 예정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군의관과 공보의 250명을 파견할 텐데, 이들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전체적인 상황을 볼 때는 어려움이 일부 있지만 극복해낼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군의관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환자들의 피해는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일산백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응급 상황에서 응급처치를 하고 진단을 하는 것까지 응급의학과의 일인데, 현장에 파견되고 있는 군의관들은 이 일을 어려워 한다”며 “교육이 안 돼 있는 이들에게 응급환자를 맡겼다가는 오히려 사고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