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대 정원을 2000명이나 늘렸지만 여전히 과학적인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회의록조차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일본을 모델 삼아 의대 증원을 진행해왔다고 주장했으나 실상은 달랐다. 일본은 전문가들을 조직해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점진적으로 의대 증원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지난 16일 발표한 ‘일본 의사 수급 정책 논의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먼저 의대 증원에 앞서 전문가들로 이뤄진 의사수급분과회를 구성했다. 이 조직은 일본의 질병관리청격인 후생노동성 의정국 의사과에 설치된 산하 조직이다. 의사 출신 전문가 16명과 간호사 2명, 법학자 1명, 경제학자 1명, 기자 1명, 교육학 전공자 1명 등 총 22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2015년 12월부터 의사 수요와 공급 조절하기 위한 의대 정원과, 의사의 지역 편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논의해오고 있다.
의사수급분과회에서 논의한 내용은 모두 녹취록 수준으로 기록돼 후생노동성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방식은 모든 회의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 의구심을 없애고 발생 가능한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일본 정부의 정책 방향성”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교육부는 지난 16일 회의록을 파기했다고 했다가, (회의록 없이) 손으로 메모한 것을 회의가 끝나고 파쇄했다고 말해 지적 받았다. 대학별 의대 증원 규모를 결정한 배정위에는 누가 참여했는지, 어떤 근거로 정원이 배정됐는지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의대 정원을 늘린 방식도 다르다. 정부는 의대 입학 정원을 한번에 2000명 늘리기로 결정했으나, 일본은 점진적으로 늘리는 방향을 택했다. 이를 위해 입원 병상 수와 외래 환자 수 등을 바탕으로 정교한 의사 수급 통계를 내 의사 수요 현황을 짚었다. 가령 주당 근무시간을 55시간 기준으로 하면 2032년에야 의사 수 36.6만 명으로 수급 균형이 이루어지지만, 주당 근무시간을 60시간 기준으로 늘리면, 2029년에 의사 수 36만 명으로 수급 균형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일본은 2019년까지 의대 입학 정원을 증가해왔다. 2020~2022년에는 의대 정원을 비슷하게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구 감소 추이를 고려해 의대 정원을 오히려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구진은 “의사수급분과회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의사 수급 관련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못했다”면서도 “그러나 정부가 전문가 중심으로 논의의 장을 만들고, 논의 내용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며, 이를 바탕으로 정책 방향을 설정해 나가는 방식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논의 시, 일방적인 정책 추진이 아닌 의료 전문가가 중심이 되는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해 심도 있는 논의와 협의를 추진하고, 협의 과정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기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