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상급종합병원의 인력을 전문의와 간호사 중심으로 운영할 방침을 내놨지만, 현재 남아 있는 전문의들마저 업무 과중으로 병원을 떠나면서 병원 인력에 비상이 걸렸다. 20%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한 전공의 비중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전날(21일) 상급종합병원을 중증 환자 진료 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해 의사 인력의 40%를 차지하던 전공의 비중을 20%로 줄이고,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 중심으로 인력 구조를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정부 방침에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의료현장 곳곳에서 전문의들마저 이탈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경기도의 한 종합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미 전공의는 다 나가고 전문의들이 다 나와서 막고 있는데 우리 중심으로 개편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그나마 있는 전문의들도 사직서 내는 인력 비상사태”라고 꼬집었다.
서울 영등포구의 상급종합병원인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응급실에서는 최근 야간 심폐소생술(CPR)이 필요한 심정지 환자만 받고 있다. 현재 이 응급실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5명이 돌아가며 야간 당직을 서고 있다.
지역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세종시의 유일한 응급의료센터인 세종충남대병원은 한 달 가까이 응급실을 축소 운영하고 있다. 업무 과부하로 병원을 떠나는 전문의가 잇따르자 지난 1일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응급실 문을 닫거나, 일부 시간만 운영 중이다.
당초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실에는 성인 응급 12명, 소아 응급 7명 등 총 19명의 전문의가 근무했지만, 지난 5월 15명으로 줄어든 뒤 순차적으로 4명이 추가로 그만두면서 현재 11명만 남았다. 다음 달엔 3명이 추가로 사직을 앞두고 있다.
병원 측은 교대근무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 인원이 12명인데, 그 벽이 깨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채용 공고를 내고 충원을 기다리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실이 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88개 수련병원의 전문의 사직률은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이 시작된 지난 2월부터 늘어 지난달에는 1년 전보다 약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1년 전보다 6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전공의들은 여전히 병원으로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전국 211개 수련병원의 전공의 출근율은 전체 정원 1만3531명 중 단 9.0%(1214명)에 그쳤다.
경기도 소재 종합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현재 40%인 종합병원 전공의 비중을 20%로 줄이겠다고 했는데, 현재로선 20%마저도 유지가 될지 의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