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늘었다. 온열질환은 뜨거운 환경에서 발생하는 급성 질환이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6일 기준 올해 온열질환자는 1810명으로 이 중 17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고령자와 어린이, 만성질환자가 온열질환에 특히 취약하며, 이들이 치명적인 증상을 보이면 반드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증상이 약해도 1시간 이상 지속되면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권고했다.
우리 몸은 뇌의 시상하부가 체온을 조절하고 유지한다. 섭씨 35도 이상 폭염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거나 격렬한 활동을 하면 이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메스꺼움과 구토, 두통, 무기력, 어지러움 등 증상이 나타난다. 열실신이나 열경련, 열부종 등은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 나아진다.
하지만 일사병이라 불리는 열탈진을 방치하면 생명이 위독해질 수 있다. 열탈진은 땀을 많이 흘려 수분과 염분이 적절히 공급되지 않아 생긴다. 피부가 하얘지며 무력감과 피로, 근육 경련, 메스꺼움, 구토, 어지러움 등 증상이 나타난다. 열사병도 위험하다. 체온을 조절하는 중추신경이 외부 열 자극을 견디지 못해 기능을 상실한 질환이다.
체온이 40도 이상까지 치솟고 피부가 뜨거운데도 땀이 나지 않는다면 열사병일 수 있다. 40도 이상 고열과 강하고 빠른 맥박, 심한 두통, 오한, 의식저하가 나타난다. 심한 경우 다발성 장기손상과 기능 장애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국내에서 온열질환으로 숨진 환자 대부분도 열사병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노인이나 어린이는 청장년층에 비해 온열질환에 취약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국내 온열질환자의 32.5%가 65세 이상 고령자다. 유경헌 한양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심장의 기능, 특히 혈액순환 기능이 상대적으로 원활하지 못해 열을 쉽게 발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심혈관질환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도 심장과 신장 기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온열질환에 취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온열질환 증상이 나타난 사람을 빠르게 응급처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무 그늘이나 실내 시원한 장소로 옮기고, 부채나 선풍기를 이용해 환자의 체온을 낮춰야 한다. 물이나 스포츠 음료를 마시게 해 수분을 섭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몸에 탈수 증상이 생기면 그만큼 열을 발산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열경련이 나타난 부위는 마사지를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미 의식을 잃은 환자는 질식 위험이 있으므로 물을 억지로 먹여서는 안 된다. 또 열사병이 아닌 단순 온열질환 증상이라도 1시간 이상 넘게 지속되면 응급실을 가야 한다. 유경헌 교수는 “고온에 오래 노출됐을 때 오심이나 구토, 두통, 실신이 나타난다면 병원을 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박성준 고려대 구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여름철에는 폭염이 이어질 수 있으니 야외활동을 나가기 전 일기예보를 보는 것이 좋다”며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꽉 끼지 않는 편안한 옷을 입으라”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온열질환으로 의식이 저하된 경우에는 열사병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최대한 빠르게 응급실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