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룡 대한의사협회 자문위원이 26일 의협회관에서 열린 대토론회에서 ‘의사 해외 진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유병훈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료계가 전국의사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집단휴진에 대한 우려가 나왔지만 현장 참석 인원은 적어 의료 공백은 미미했다. 사직 전공의들은 이날 해외 진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 병원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음을 보여줬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주도해 구성한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는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대한민국 의료 사활을 건 제1차 전국 의사 대토론회’를 열었다.

사직 전공의인 오건룡 의협 자문위원은 이날 ‘의사 해외 진출 활성화 방안’ 세션에서 미국·캐나다·일본·싱가포르 등 주요 국가는 물론 아제르바이잔·카타르·말레이시아·태국과 같은 해외에서 외국 의사로 활동하기 위한 요건과 최근 동향을 설명했다. 그는 고려대 안암병원가정의학과에서 사직했다.

오 위원은 발표 후 울먹이며 “젊은 의사들이 해외 진출 방안을 논의하려는 이유는 정부를 협박하거나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려는 것이 아니다”며 “의사를 악마화하는 일부 언론과 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전공의에게, 또 귀중한 자원으로 보지 않는 기성세대에게 우리가 자유 의지를 가진 인간이고 행복을 위해 선택할 권리가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재 전공의 수련제도의 문제점과 개편 방안’, 현행 정부 주도의 건강보험 수가 체계 문제나 사법 리스크와 같은 ‘한국 의료의 모순과 새로운 거버넌스’ 등도 논의됐다.

이봉근 한양대 의대 수련교육부장은 수련제도 세션에서 “정부 정책에 순응하면 전공의 정원을 늘리는 ‘별도 정원’ 제도가 수련 교육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라며 “전공의를 피교육자가 아닌 일꾼으로 보는 시각”이라고 주장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격려사에서 “오늘 대토론회가 정부의 잘못된 의료 정책을 저지하기 위한 단일 대오를 강화하고, 국민도 공감하는 의료정책을 위한 발전적 토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협이 이달 초 이 토론회 개최를 처음 발표했을 당시, 일각에서는 의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휴진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이날 현장에 참석한 의사들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와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 등 지도부를 포함해 소수에 불과했다. 의협은 당초 참석 인원을 70여명으로 예상했으나, 그에 미치지 못했다. 현장 참석 대신 유튜브로 토론회 중계를 시청한 인원은 400여명으로 추산했다.

올특위에 참가하길 거부하는 전공의와 의대생들도 일부 참석했다. 다만 대한전공의협의회나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 지도부는 참석하지 않았다. 올특위는 이날 토론회 이후로 운영을 중단한다. 의협은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전공의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올특위의 대폭 개편, 존속 여부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26일로 예정된 토론회 이후 올특위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