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중환자실 인근에서 한 의료 관계자가 내원객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매년 일괄 인상되던 ‘의료 수가’ 체계가 23년 만에 바뀐다. 그간 저평가돼온 중증, 응급수술 등 소위 필수의료 분야를 집중 인상하는 게 핵심이다.

보건복지부는 24일 제1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 병원·의원 환산지수 결정안’을 의결했다.

현행 수가 체계는 9000여 개 의료행위를 업무량, 인건비 등에 따라 점수를 매긴 ‘상대가치점수’에 병원, 의원, 약국 등 기관별로 매년 결정하는 단가인 ‘환산지수’를 곱해 책정한다. 상대가치는 5~7년마다, 환산지수는 매년 건강보험공단과 의료계 간 협상을 통해 결정된다.

정부는 이날 건정심에서 그간 각각 결정되던 환산지수와 상대가치점수를 연계해 저평가 필수의료 중심으로 차등 보상하는 1안과 종전처럼 일괄 인상하는 2안을 표결에 부쳤다. 의료계를 비롯한 각 이해관계자 단체 대표자들로 구성된 건정심 위원들은 1안을 선택했다.

선택된 1안에 따라 동네 병원에 적용되는 의원 유형은 환산지수를 0.5%만 인상하고 초진·재진 진찰료를 4% 인상한다. 상급종합병원 같은 대형 병원이 포함되는 병원 유형은 전체적으로 1.2%를 인상하고, 수술·처치 및 마취료 야간·공휴일 가산 2배 확대, 응급실 응급의료행위 가산 3배 확대, 토요일 오전 진찰료 30% 가산한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의료 행위, 병·의원 간 보상 불균형 문제를 점진적으로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의료 행위 중 수술 분야의 평균 원가 보전율은 81.5%다. 반면 혈액검사 같은 검체검사는 135.7%, 영상검사는 117.3%에 이른다. 5~7년마다 이뤄지는 상대가치 개편이 의료계 합의 도출 실패로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매해 환산지수를 동일하게 인상한 결과다.

의료 현장에선 같은 의료행위인데 병원보다 의원에서 가격을 더 높게 받는 ‘수가 역전’ 문제도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복부초음파검사의 경우 의원급 기준 올해 수가는 10만9970원인데 병원은 9만5400원이다. 병원급의 수가가 1만4570원 더 낮은 것이다. 조충현 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지금의 수가 격차는 20년 넘게 불균형이 누적된 결과”라며 “이번 개편을 통해 매년 점진적으로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의료개혁 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상대가치점수 개편’도 준비 중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오늘 개편은 합리적인 수가 체계로 정상화하는 첫걸음을 시작한 것이 큰 의미”라며 “필수·지역의료 확충을 위한 수가 체계 개편을 근본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