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로보틱스의 착용형(웨어러블) 지면 보행 재활 로봇 '엔젤렉스 M20'. /조선비즈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아동이 웨어러블(wearable·착용형) 재활 로봇을 사용하면 더 나은 재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로봇이 사람이 원하는 보행 형태에 맞춰 힘을 보태는 방식이라 환자가 더 능동적으로 재활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송민근 전남대병원 교수와 최자영 충남대병원 교수 공동 연구진은 23일 국제 학술지 ‘미국의사협회저널(JAMA) 네트워크 오픈’에 “뇌성마비 아동이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고 재활 훈련을 한 결과 같은 기간에 사람이 돕는 재활 훈련보다 더 나은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용인세브란스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서울재활병원 연구진도 참여했다.

연구진은 공경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와 나동욱 세브란스 재활병원 교수가 세운 엔젤로보틱스(455900)의 웨어러블 재활 로봇인 ‘엔젤렉스 M20′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2021년 9월부터 2023년 3월까지 뇌성마비 아동 9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쪽은 6주간 1회에 30분씩 주 3회 로봇을 착용하고 재활 훈련을 했다. 다른 쪽은 같은 빈도로 물리치료사가 재활치료를 돕는 표준적 물리치료를 받았다.

재활 훈련 결과, 엔젤렉스 M20을 착용한 아동들은 보행편차지수(GDI)가 올랐다. 보행편차지수는 뇌성마비 아동의 보행 정도를 점수화한 지표로, 100점에 가까울수록 정상 보행 패턴에 가까운 것으로 풀이된다. 물리치료사가 돕는 표준적 재활 치료법을 받은 아동은 GDI가 73.35점에서 70.36점이 됐다. 반면 엔젤렉스 M20을 이용해 재활 치료한 경우 65.55점에서 69.14점으로 올랐다.

뇌성마비 아동의 걷기·달리기와 같은 운동기능을 측정하는 GMFM–88 수치상으로도 엔젤렉스 보행 치료를 받은 아동은 69.99점에서 74.03점으로 4.04점 올랐다. 표준 치료를 받은 아동들은 66.34점에서 67.84점으로 1.5점 오른 데 그쳤다. 또 30분 재활치료 1회당 걸음 수가 표준적 치료는 200보 수준이지만, 엔젤렉스 M20 재활 로봇을 이용하면 997보까지 약 5배 늘어났다.

연구진은 “웨어러블 로봇이 뇌성마비 아동의 운동 기능과 보행 패턴을 크게 개선했다”며 “로봇 보조 보행 훈련이 효과적인 재활의 기본 원칙인 반복적·고강도·목표 지향적 훈련에 일정한 패턴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전에도 로봇이 재활 치료에 도입됐다. 하지만 기존 보행 재활 로봇들은 대부분 환자가 정해진 동작을 단순히 반복하도록 하는 데 그쳤다. 반면 엔젤렉스 M20은 로봇이 환자가 원하는 보행 형태를 파악하고 최적의 자세로 필요한 만큼 힘을 보탤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M20을 착용하면 경사로나 계단 같은 다양한 지형에서 재활 훈련을 할 수 있고, 보조 수준의 도움만 주기에 환자가 더 능동적으로 재활 치료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나동욱 교수는 “기존의 재활치료가 공중 매달리기나 런닝머신인 트레드밀을 이용한 것과 달리 보행 재활 로봇은 목표와 훈련 환경이 유사해 효과가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이 돕는 보행 동작이 재활 치료가 목표로 하는 동작과 더 유사하다는 말이다.

참고 자료

JAMA Network Open (2024), DOI : https://doi.org/10.1001/jamanetworkopen.2024.22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