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초전도체 코일을 활용해 높은 해상도로 사람 몸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뇌 질환 부위를 파악하고, 치료제를 정확한 곳에 주입할 수 있도록 도울 것으로 기대된다.
윤정원 광주과학기술원(GIST) 융합기술학제학부 교수 연구팀은 초전도체 코일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나노입자 분포를 촬영할 수 있는 자기입자영상(MPI) 장치를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MPI는 인체에 해롭지 않은 나노입자의 3차원(D) 분포 영상을 촬영하는 기술로, 사람을 촬영할 수 있는 크기로 장비가 개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MPI 기술은 미국과 독일, 일본 같은 의료영상 분야에서 앞선 나라에서만 개발되고 있다. 현재는 지름 12㎝ 정도로, 동물을 대상으로 한 전임상용 장비가 수십억 원에 판매되고 있다. 기존 MPI 장치는 말초 신경에 자극을 일으켜 사람이 아닌 동물에게만 적용되고 있다. 또 사람에게 사용하기 위해선 넓은 시야각이 확보돼야 하는데, 구경의 크기를 늘리면 해상도가 급격히 낮아진다는 문제가 있다.
연구팀은 초전도체 코일을 활용해 MPI의 성능을 높였다. 사람에게 MPI를 사용하기 위해선 높은 경사자기장이 필요하다. 경사자기장은 자성을 띠는 나노입자와 반응해 전기신호를 일으키는 성능을 말한다. 기존 MPI 장치는 경사자기장이 0.5T 불과했는데, 연구팀은 초전도체를 사용해 경사자기장을 2.5T로 끌어올렸다.
연구팀은 구리에 나이오븀(Nb)과 타이타늄(Ti)를 섞어 초전도체 코일을 제작했다.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0에 가깝기 때문에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MPI는 높은 자기장과 주파수로 진동이 발생해 초전도체를 사용하는 것이 까다롭지만, 연구팀은 장비에서 발생하는 진폭을 낮춰 진동 문제를 해결했다.
연구팀은 MPI의 진동을 낮추기 위해 ‘다중 물리현상 해석 소프트웨어’와 ‘구조 해석 소프트웨어’로 장비 구조를 설계했다. 새로 개발한 MPI 장비는 전체 시야각을 9개로 나눠 촬영해 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한다. 또 장비의 발열 분포도 분석해 초전도 현상에 필요한 임계 온도 섭씨 영하 268.95도를 유지한다.
새로 개발한 MPI 장비는 뇌 질환 치료에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나노입자로 환자의 뇌를 고해상도로 촬영해 진단과 치료가 활용할 수 있다. 전력을 최소화해 환자의 말초 신경이 자극될 위험도 적다.
윤정원 교수는 “사람 크기로 확장이 어려운 MPI 기술을 초전도체와 합쳐 나노입자의 표적화로 안전하게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앞으로 난치성 뇌 질환에 대한 환자 맞춤형 치료법의 획기적 발전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로봇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성과는 의료영상 분야 국제학술지 ‘IEEE 트랜잭션 온 메디컬 이미징(IEEE Transactions on Medical Imaging)’에 지난달 26일 게재됐다.
참고 자료
IEEE Transactions on Medical Imaging(2024), DOI: https://doi.org/10.1109/TMI.2024.3419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