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069620)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인 ‘나보타’가 올해 출시 10주년을 맞이했다. 나보타는 지난 2019년 아시아 제약 바이오 기업 중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승인을 받았다. 이후 남미,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 전 세계 67개국의 허가를 받으며 글로벌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보툴리눔 톡신은 보툴리눔균(菌)이 만드는 신경독이다. 생화학 무기로 쓰일 수 있을 정도로 독성이 강하지만 극미량을 주입하면 근육 수축을 일으키는 신경 신호 전달을 방해해 한시적으로 근육을 마비시킬 수 있다. 이를 활용해 미용 목적으로 주름을 펴거나 근육의 크기를 줄인다. 나보타는 한국 보툴리눔 톡신, K-톡신의 글로벌 시대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보타는 미국에서 파트너사인 에볼루스를 통해 ‘주보(JEUVEAU)’라는 상품명으로 판매되고 있다. 미국에서 주보의 실적은 놀랍다. 허가 5년 째인 현재 주보의 미국 미용 톡신 시장 점유율은 12%에 이른다. 에볼루스는 올해 회사 매출을 최대 2억6500만달러(약 3650억원)로 전망하고, 오는 2028년까지 연매출 7억 달러(약 9650억원)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에볼루스 매출의 대부분은 주보에서 나온다. 나보타는 지난해 매출액이 1470억원으로 대웅제약 전체 수출액의 74.9%를 차지하는 효자 상품이기도 하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미용 톡신 시장에서 나보타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품질 관리’다. 대웅제약은 미국, 유럽, 캐나다의 GMP(제조품질관리기준) 승인을 받은 제조 시설에서 제품을 생산해 톡신의 품질을 유지한다.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생산 공정은 미국과 한국에서 특허를 받았다.
특허 받은 생산 공정의 핵심은 불순물을 제거해 톡신의 순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대웅제약은 이 기술을 활용한 원액 제조 공정을 통해 98% 이상 고순도 톡신을 생산한다. 또 톡신을 정제할 때 동결 건조가 아닌 감압 건조를 해서 불순물이 생길 가능성을 차단했다. 고순도 톡신을 생산한다는 것은 일명 ‘물톡신’이라고 불리는 불활성 톡신이 생길 가능성을 낮췄다는 뜻이다.
나보타는 보툴리눔 톡신 제품들이 벌이는 내성과 전쟁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보툴리눔 톡신 내성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효능 성분인 뉴로톡신에 대해 생기는 중화항체를 꼽는다. 대웅제약은 164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나보타 임상시험에서 중화항체가 생긴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대웅제약은 올해 유럽의 대표 미용 톡신 시장인 스페인에 ‘누시바’라는 이름으로 나보타를 출시했다. 박성수 대웅제약 대표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은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약 20%씩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꾸준한 연구와 적응증 확대를 통해 품질 경쟁력을 입증하고 글로벌 진출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