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디지털 헬스케어를 얘기할 때 디지털 리터러시(literacy·활용능력)는 강조하는데, 정작 헬스(의료)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거든요. 디지털을 접목해 의료의 질을 높이고 국민 건강을 향상시키려 한다면, 국민 대상의 디지털 의료에 대한 체계적 교육을 고민해야 합니다.”
한국 보건행정학회가 31일 ‘필수의료체계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를 주제로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주최한 전기 학술대회에서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장은 “의료정책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온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필수의료 살리는 보상체계, 필수의료 인력공급 혁신, 재택의료 시스템의 완성, 지역완결 의료전달 체계, 의료정책 디지털 전환 등으로 세션을 나눠 진행됐다. 권 교수는 이날 마지막 세션에서 ‘디지털 관련 의료 정책이 가져올 변화의 중요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권 교수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의료기기의 발달로 진료가 개인화되고, 예방 치료가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앞으로 국민건강보험을 포함해 건강보험기관이 고위험 환자에 대한 정보를 병원에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실손보험은 과잉 진료로 손해를 보고 있지만, 진료 정보가 빠르게 공유되면 맞춤형 예방 치료로 의료비를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AI가 의사와 환자 모두의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환자들에게 디지털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디지털 권리장전과 같은 규범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디지털 리터러시는 우리가 굉장히 많이 얘기하는 주제이지만, 환자 교육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되지 못한 것 같다”며 “디지털 권리장전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규범 체계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나아가 헬스 리터러시와 디지털 리터러시가 결합된 새로운 차원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의료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나고 디지털 활용력이 높으면 편리하게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겠지만, 디지털을 활용하는 능력이 뛰어나지만 의료에 대한 이해가 낮은 환자는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닥터 쇼핑’을 하게 될 공산이 크다”고 권 교수는 말했다.
권 교수는 이날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수술 교육의 변화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요즘에는 VR 외과 수술 교육이 일반화됐다”며 “앞으로 직접 수술을 하는 게 아니라, 수술 방법 등을 지시하면 로봇이 알아서 수술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일선 병원의 근무 환경도 빠르게 바뀔 것으로 봤다. 권 교수는 이날 필립스가 미국에서 시범운영하고 있는 중환자실 시스템을 소개했다. 권 교수는 “간호사 8명이 3교대로 비디오폰을 통해 미국과 인도의 중환자실을 24시간 모니터링하는 구조였다”며 “간호사 한 명이 모니터 8개를 보면서, 필요하면 인도의 중환자실에 전화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