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상(오른쪽) 큐라코 대표와 큐라코 직원들이 배설케어로봇 '케어비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조선비즈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환자를 간병하는 일은 쉽지 않다. 사회가 고령회되면서 돌봄 수요는 늘고 있지만, 간병인 구하기가 어려워 가족이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그중 어려운 일이 누워서 지내는 환자의 대소변을 받고 기저귀를 가는 일이다.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환자의 몸에 피부병이 생기고 욕창을 피할 수 없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누워서 지내야 하는 장애인 환자의 대소변을 알아서 처리하는 로봇이 있다면 어떨까. 상상이 현실이 됐다. 국내 의료기기 회사인 큐라코가 만든 케어비데(Carebidet)가 그런 일을 하는 로봇이다. 2007년 설립된 큐라코는 배설케어로봇 케어비데만 만들고 있다. 제품 개발에만 17년이 걸렸고, 지난해 정식으로 제품을 출시해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에도 진출했다.

큐라코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 2024년 10대 대표과제에 선정됐다. 지난해 말에는 보건복지부가 145억원 규모로 조성한 사회서비스 투자펀드의 1호 투자 기업에도 선정되기도 했다. 이훈상 큐라코 대표는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에 선정되면서 큐라코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사업 기회도 더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에 비슷한 제품이 있었지만 성능이 떨어져서 사용이 힘들었고, 지금은 우리가 만든 케어비데가 사실상 전 세계에서 유일한 제품”이라며 “케어비데와 관련된 전 세계 표준도 큐라코가 관장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큐라코가 만든 케어비데의 구조도. 케어비데는 환자가 착용하고 있으면 자동으로 대소변을 처리해주는 의료기기다. 간병인의 부담을 크게 줄여줄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큐라코

◇기저귀 사용보다 환자 건강에 더 도움

침대에 항상 누워있는 와상(臥牀))환자는 기저귀를 사용한다. 대소변을 가리기 힘든 환자는 수시로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데, 환자가 몸집이 큰 성인이라 1명의 기저귀를 가는데 간병인 2명이 붙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저귀를 가는 동안 환자가 느끼는 수치심이 크다. 한 장에 1000원 정도 하는 성인용 기저귀 가격도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하루에 6장만 쓴다고 쳐도 1년에 기저귀 비용만 216만원이다. 케어비데는 이런 불편과 부담을 없앴다.

케어비데는 크게 신체착용부와 본체로 나뉜다. 신체착용부는 와상 환자의 둔부에서 부착해서 대소변을 수집하고, 본체의 오물수집통으로 보내는 역할을 맡는다. 환자가 대소변을 누면 센서가 바로 감지해서 빨아들이고, 비데 기능이 작동해 환자의 둔부를 물로 닦고 말려주는 방식이다. 오물수집통에 모인 대소변은 간병인이 하루에 한두 번 버리기만 하면 된다. 밤에 수시로 환자의 기저귀를 가느라 가족이 잠을 설칠 필요도 없고, 간병인이 기저귀를 갈며 환자의 대소변을 손으로 닦을 필요도 없다.

이훈상 대표는 “환자 입장에서는 주위의 도움을 받지 않고 대소변을 해결할 수 있어 수치심이 들지 않고, 옆에서 간병하는 가족 입장에서도 스트레스를 덜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케어비데 시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한 20대 여성 환자의 가족은 “딸이 고등학생 때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이후로 가장 힘들었던 게 야간에 대소변을 처리하는 일이었다”며 “케어비데 덕분에 아침에 딸이 누워 있는 침대가 깨끗하고 가족들도 밤잠을 설칠 필요가 없어졌다”고 후기를 남겼다.

케어비데는 기저귀를 매번 바꾸는 것보다 환자의 건강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의과학대 연구진이 2021년 ‘디지털 융복합연구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케어비데를 사용하면 중환자실 환자의 실금 관련 피부염, 욕창 위험도를 낮춘다.

큐라코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간병 로봇이 필수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내년이면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다. 반면 돌봄 인력 공급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발표한 ‘돌봄 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돌봄 서비스직 노동 공급 부족 규모는 2022년 19만명에서 2042년에는 61만~155만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외국인 간병인이나 요양보호사 도입 같은 대안이 나오고 있지만, 우리와 문화와 환경이 다른 외국에서 온 간병인에 대한 불안감이 큰 것도 사실이다. 큐라코는 이런 상황에서 자동으로 환자의 대소변을 관리해주는 케어비데 같은 배설케어로봇 수요가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큐라코는 지난 4월 열린 국내 최대 ICT 종합 전시회 '월드 IT쇼'에 참가해 케어비데를 선보였다./큐라코

◇”돌봄로봇 전문 요양병원 만드는 게 목표”

큐라코는 보수적으로 잡아도 국내 관련 시장 규모가 1조원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전체 장기요양환자 가운데 중증인 1~2등급 환자가 2021년 6월 기준으로 국내에 13만5960명이 있다. 장기요양환자로 등록되지 않은 와상 환자나 고령 인구는 제외한 수치다.

한국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 일본은 시장 규모가 더 크다. 우리의 장기요양환자에 해당하는 개호보험 대상자 가운데 중증인 4~5등급 환자가 일본은 144만명에 달한다. 한국의 10배 수준이다. 이훈상 대표는 “전 세계로 확대하면 시장 규모가 100조원에 달하는데, 최근 간병 트렌드가 사람이 하는 휴먼 케어에서 자동화된 로봇 케어로 바뀌면서 큐라코를 찾는 사람도 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훈상 큐라코 대표는 5년 동안 와상 환자로 지낸 아버지를 간병한 경험이 케어비데 개발로 이어졌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는 명망있던 분이셨는데 뇌경색으로 쓰러지고 나서는 다음 날부터 하실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며 “간병인을 썼지만 아버지를 제대로 돌봐주지 않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고 그 일이 케어비데 개발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케어비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국내외 여러 요양병원을 다녀본 경험도 이야기했다. 그는 “요양병원 중에 환경이 열악하고 위생적이지 않은 곳이 많았다”며 “간병인 한 명이 환자를 30명씩 돌보는 곳도 있었는데, 사실상 환자를 방치하고 있던 셈”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큐라코의 케어비데가 간병인의 부담을 덜어주면 요양병원에서 환자가방치되는 일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내가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요양병원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케어비데를 활용한 돌봄로봇 전문 요양원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훈상 큐라코 대표는 지난 5월 22일 경기도 분당의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나중에 내가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요양병원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케어비데를 활용한 돌봄로봇 전문 요양원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조선비즈

◇대소변 의료 정보로 건강 파악

큐라코는 지난해 정식 제품을 출시하고 올해 미국과 일본으로 제품을 수출했다. 국내에서도 서울시 남부노인전문요양원에 케어비데를 보급하는 실증 사업에 나서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다음 목표로 케어비데를 활용한 ‘라이프 로그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환자의 대소변에서 나오는 의료 정보를 모아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기술이다. 이 대표는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가 많지만 대부분 칼로리 소모량, 걸음수, 심박수, 수면 시간 같은 기초적인 데이터만 다룰 뿐 ‘킬러 콘테츠(대체불가능한 콘텐츠)’를 가진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그는 “사람의 대소변은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배설케어로봇은 지구 밖에서도 쓸 수 있다. 이 대표는 최근 미국에서 진행한 기술 교류회에서 케어비데 기술을 우주인에 접목하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화성 같은 심우주 탐사를 위해서는 우주복 안에 대소변을 처리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이 대표는 “올해는 사업 규모를 늘리고 2025년에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