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20~40대 젊은 성인에게 대장암이 급속히 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장 흔한 증상은 ‘혈변(피가 섞인 대변)’이었다. 특히 한국은 세계에서 젊은 대장암 환자가 가장 많은 국가였다. 전문가들은 국가가 권장하는 나이인 45세 이전에도 2년에 1번은 대장내시경을 받으라고 조언했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샌디에이고) 의대 연구진은 지난 24일 국제 학술지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대장암 관련 연구 논문들을 분석한 결과 전 세계적으로 젊은 대장암이 급증하고 있으며, 직장 출혈로 인한 혈변이 있으면 대장암 발생 위험이 5배나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50세 미만 성인 2490만8126명을 대상으로 한 논문 81편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대장암과 직장암 발생률은 젊은 층에서 증가했고 노년층에서는 오히려 줄었다. 1990년대생이 1950년대생에 비해 대장암이 발생할 위험은 2배, 직장암 발생 위험은 4배였다. 노년층은 대장내시경을 자주 받아 대장암으로 진행되기 전 단계인 양성 용종(폴립)을 발견해 떼어낼 가능성이 훨씬 높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해석했다.
의료진이 젊은 대장암으로 인한 증상을 무시하기 쉽다는 분석도 나왔다. 조슈아 뎀(Joshua Demb) UC샌디에이고 의대 박사후 연구원은 이날 미국 뉴욕타임스지에 “젊은 대장암은 진단하기까지 평균 4~6개월 지연된다”며 “의사들이 직장 출혈을 악성 종양을 의심하지 않고 치질로 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점에서 연구진은 복통이나 배변 습관 변화, 빈혈 등 일반적인 증상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분석했다.
앞서 연구 결과는 한국이 전 세계에서 젊은 대장암 환자가 가장 많다고 밝혔다. 미국 콜로라도대 연구진이 2022년 국제 학술지 ‘랜싯 소화기&간연구’에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20~40대 대장암 발생률은 10만명당 12.9명으로 가장 많았다. 연평균 증가율도 4.2%로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과거 서구 질환이었던 대장암이 국내 젊은 층에서 급증한 원인으로 서구화된 식단과 비만을 꼽았다. 김광용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가장 주요한 원인은 비만과 함께 신진대사와 관련된 질환이 동시에 나타나는 대사증후군”이라며 “대사증후군과 복부비만이 함께 있을 경우 대장암이 발생할 위험이 20%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대장암을 예방하려면 육류 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과일, 물을 많이 먹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최근 젊은 대장암이 많아진 만큼 45세 미만이라도 대장내시경 검사를 최소 2년에 1번씩 받아야 한다”며 “가족 중에 대장암 환자가 있다면 매년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대장내시경 검사가 번거롭고 오래 걸려 꺼리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앞으로 대장내시경만큼 정확하면서도 간편한 대장암 혈액검사 키트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전망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전문가위원회는 지난 23일 가단트 헬스(Guardant Health)의 대장암, 장암 혈액검사 키트에 대해 안전성을 승인했다. 이 키트는 혈액 속에 남아 있는 죽은 결장세포의 DNA 조각을 찾는다. 대장암을 찾아낼 확률은 83%, 폴립을 찾아낼 확률은 13%다. 대장내시경으로 폴립을 95%까지 찾아내는 것에 비해 아직은 정확도가 떨어진다.
김광용 교수는 “아직은 대장내시경이 가장 정확한 방법으로, 대장암 혈액검사 키트는 상용화 되지 않았다”면서도 “향후 기술이 더 좋아지면 대장내시경만큼 정확하면서도 간편한 키트가 상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JAMA(2024), DOI: https://doi.org/10.1001/jamanetworkopen.2024.13157
The Lancet Gastroenterology & Hepatology(2022), DOI: https://doi.org/10.1016/S2468-1253(21)00426-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