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싱가포르 여객기가 난기류로 비상착륙하는 과정에서, 70세 노인이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항공기 사고 대비에 대한 관심이 크다. 23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건강증진센터에서 열린 대한항공 안전운항시설 및 안전 관리체계 소개 행사에서 관계자가 기내 의료용품을 선보이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최근 싱가포르항공 여객기가 난기류로 비상착륙하는 과정에서, 70세 노인이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항공기 기내 응급 사고 대비에 대한 관심이 크다. 객실 승무원은 응급처치 교육을 받지만, 의료인 면허가 없어서 주사니 약물 투여, 기도 삽관 등은 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환자들이 비행기를 탈 때 조심하는 게 맞는다고 했다.

대한항공 항공의료센터에 따르면 기내는 지상에 비해 산소 농도가 25-30% 정도 낮다. 항공사는 심장질환, 폐질환, 빈혈 등이 있는 승객은 산소 공급기를 사용하라고 권고한다. 환자가 공급기가 없다면 열흘 전에 항공사에 신청하면 이륙 전에 받을 수 있다.

또 항공기 이착륙 때 기압이 급격히 바뀌면 수술 부위가 터질 수도 있으니 수술을 받은 지 열흘 후에 탑승할 것을 항공사는 권고한다. 폐에 구멍이 생긴 기흉 환자라면 완치 판정을 받고 14일 이후에 탑승할 것을 권고한다.

팔과 다리 등에 혈전(피떡)이 쌓여 퉁퉁 붓는 정맥 혈전증도 주의해야 한다. 여객기 안은 좌석이 좁고 활동이 제한적인 데다 습도가 낮아서, 70세 이상 고령자나 고관절·무릎·발목을 수술한 환자들은 혈전이 생길 수 있으니 탑승 전에 혈전 예방 치료를 받으라고 권고된다.

난기류가 발생하면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리는 충격으로 척추 질환 환자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심장 질환을 포함해 만성 질환 환자들이 비행기를 타고 장기 여행을 떠날 때 어떤 점을 대비해야 하는지 23일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강지훈 교수와 대한항공 항공의료센터 최윤영 센터장에게 물었다.

–난기류로 심장마비가 올 수도 있나.

“비행기에 탑승할 때 저산소증으로 심장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결론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기내 산소 포화도가 지상보다 낮지만, 일정 수준 이상을 맞추도록 돼 있다. "

–난기류 상황에서는 고도가 수천m씩 급격히 변한다.

“비행기가 고장나지 않는 이상 기체 안에 산소 포화도는 일정 수준을 유지한다. 설령 산소 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진다면 심장보다는 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폐 기저질환 환자는 비행기를 탑승하기 전에 산소 공급기를 구비해야 한다. 그리고 난기류는 심혈관 문제보다는 머리를 부딪히거나 팔다리에 멍이 드는 부상 위험이 문제다.”

–비행기가 흔들려서 넘어지는 것을 뜻하나.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상태에서 바닥에 머리를 세게 부딪히거나, 선반 위에 있는 수하물이 떨어져 다치는 경우다. 여객기 사망 사고 환자의 직접 사인도 심장에 문제가 생겼다기보다 물체에 부딪힌 충격으로 생긴 내출혈이 원인일 수 있다.”

–심장이 약한 사람이라면 어떤가.

“6주 이내에 심근경색을 경험했거나, 심부전 부정맥 등이 있는 환자들은 비행을 하려면 의사 소견서를 지참하라고 권고한다. 심근경색을 앓고 6주가 지나지 않았다는 것은 아직 몸에 염증 상태가 가라앉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몸이 쇠약한 상태에서, 난기류를 만나 교감신경이 흥분되면 부정맥이 생기면서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난기류에 따른 산소포화도 변화, 기압 변화 같은 직접적 환경 변화보다는 ‘놀라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뉴스1) 공항사진기자단 = 23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정비격납고에서 열린 대한항공 안전운항시설 및 안전관리체계 소개 행사에서 항공 정비 관계자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 2024.5.23/뉴스1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난기류는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사고이기 때문에 대응하기는 힘들다. 그와 별도로 심장질환 있는 사람들은 장거리 비행을 하기 전에 물을 충분히 마시고, 스트레칭을 할 것을 권고하다. 좁은 좌석에 오랜기간 한 자세로 앉아 있으면 혈전이 생기기 쉬워서다.”

–정맥 혈전증이 생기는 것을 뜻하나.

“혈액은 우리 몸을 순환한다. 그런데 오래 앉아 있으면, 다리 쪽 정맥에 피가 고이면서 혈전(피떡)이 생긴다. 정맥혈은 심장으로 돌아와 다시 폐로 향하는데, 혈관을 떠돌아다니던 혈전이 심장에서 폐로 가는 폐동맥을 막아 심정지를 일으키기도 한다. 비행기에서 내려 멀쩡하게 공항으로 빠져나간 사람이 나중에 쓰러지는 경우도 있다.”

–어떻게 예방해야 하나.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당뇨 비만과 같은 기저질환 환자들은 정맥혈전증에 취약하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좁은 기내에서 스트레칭이 어렵다면, 압박스타킹을 신으면 도움이 된다. 늘어진 정맥 혈관을 쪼아서, 혈류를 빠르게 만들어 혈전이 생길 수 없게 만드는 식이다. 압박스타킹이 없다면 다리를 쭉 펴고 종아리에 마사지를 하거나 힘을 꽉 주고 있는 것도 방법이 된다.”

–기내에서 가장 빈번한 승객 응급 상황은 어떤 것인가.

“기내에서 승객이 쓰러져 정신을 잃는 경우의 대다수는 미주신경성 실신이다. 다리 쪽 혈관이 이완돼 혈액이 뇌 쪽으로 원활히 공급되지 않아 정신이 아득한 경우다. 이 경우에 환자의 다리를 올려주면 금방 깨어나는 경우가 있다. 저혈당으로 쓰러지는 경우도 있다. 승무원들이 혈당 측정을 통해 응급 처치를 하기도 한다.”

–난기류로 머리 부딪혀 출혈이 생긴 경우는 어떻게 대응하나.

“출혈양에 따라 다르겠지만, 밖으로 흐르는 피는 크게 위험하지 않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내출혈이 무섭다. 머리를 부딪혔을 경우 뇌압이 높아져 뇌졸중에 이를 수도 있다. 바깥에 출혈이 생겼을 때 당황하지 않고, 침착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명에 위협을 받는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 요인이 혈압, 심박수와 스트레스 호르몬을 늘릴 수 있고, 이런 심리적 불안이 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항공의료센터

국토교통부에서 지정하는 항공 전문 기관으로 미국 연방항공청으로부터 항공 신체검사 전문기관 지정을 받았다. 내과·가정의학과 전문의, 항공의학 전문가, 간호사·영양사·운동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인하대병원, 이화여대병원, 서울아산병원에 자문 의료진 40여 명을 두고 있다.